머스크 "난 트럼프의 팬 아냐"…그라임스와 셋째 아이도 공개

입력 2023-09-10 21:22  

머스크 "난 트럼프의 팬 아냐"…그라임스와 셋째 아이도 공개
아이작슨이 쓴 전기 오는 12일 발간…경영부터 사생활까지 담겨
'스타링크' 관련 우크라 고위직과 '사적 대화 멋대로 폭로'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팬이 아니다"라고 표현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
곧 출간될 예정인 머스크의 전기 내용을 살펴보면 그는 책 출판을 위해 진행한 작가 월터 아이작슨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트럼프의 팬이 아니다, 그는 파괴적이다"라고 말했다.
아이작슨은 "머스크가 트럼프를 사기꾼으로 여겼으며, 깊은 경멸감을 품고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트위터(소셜미디어 엑스·X의 옛 명칭) 인수를 승인받고 며칠 뒤 머스크는 10대인 아들 4명 앞에서 차기 미국 대선을 뒤흔들기 위해 소셜미디어 인수를 추진했다고 말하면서 "우리가 2024년에 트럼프를 당선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는 농담이었지만, 그의 아들들은 자신들이 전혀 이용하지 않는 트위터 앱을 아버지가 왜 사들이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자도 아니지만, 2020년 대선 때 만일 투표했다면 바이든에게 표를 줬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다만 머스크는 수년 전 바이든 대통령과 마주쳤던 일을 회상하며 "그가 부통령일 때 샌프란시스코에서 점심을 함께했는데, 줄을 당기면 똑같은 의미 없는 문구를 반복해 말하는 인형과 같았다"며 "한 시간이 지옥과 같이 지루했다"고 언급했다.
전기에는 머스크의 경영 철학도 담겼다.
머스크는 테슬라가 어려움을 겪던 시기 "언제나 아드레날린이 나오는 생존 투쟁 모드에서 끊임없이 있을 수는 없다"며 "당신은 다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자신이 설립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후 2021년 처음으로 전문 우주비행사 없이 유인우주선을 지구궤도로 올려보냈을 때에는 감흥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당시 "내가 아니었더라도 이 같은 일이 이뤄졌을 테지만,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문명을 맞이하는 것은 필연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전기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고난, 열애 과정 등 개인적인 삶과 관련한 내용도 상세히 풀어놨다.

특히 부친 에롤 머스크와의 관계는 트라우마의 근원으로 묘사됐다.
머스크가 2016년 그간 소원했던 아버지와 만나기로 했을 때 그를 지켜봤던 한 친구는 "일론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떠올렸다.
아이작슨은 "머스크의 머리 공간에서 악마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특정 인물들이 있다"며 "그들은 머스크를 자극하고, 어둡게 만들고, 차가운 분노를 불러일으키는데 그중에서도 아버지가 최고"라고 말했다.
여자친구인 가수 그라임스(본명 클레어 부셰)가 2020년 5월 아들 'X'를 낳을 때의 일화도 소개됐다.
그라임스는 머스크가 자신의 분만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가족에게 공유하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이를 삭제하라고 했다면서 "그는 내가 왜 화를 냈는지 전혀 감도 못 잡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전기 내용과 관련해 이날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머스크가 그라임스와의 사이에 셋째 아이를 가졌으며, 이름을 '테크노 메카니쿠스'(Techno Mechanicus)로 지었다고 보도했다. 별명은 '타우'(Tau)라고 한다.
머스크는 세 명의 여성을 통해 10명의 생물학적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고 인사이더는 부연했다.

한편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머스크가 우크라이나 군 최고위직과 주고받은 사적 메시지를 무단으로 작가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 대목을 아이작슨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앞서 알려진 전기 내용에 따르면 머스크는 작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 우크라이나의 통신 시스템을 망가뜨리자 스타링크 위성 단말기를 지원하기로 했는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공격에 이를 이용하기 시작하자 자신의 결정을 재고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자 당시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디지털전환부 장관(현 부총리)은 머스크에게 문자메시지로 잠수함 드론의 기능에 관해 얘기하면서 인터넷 통신을 복원해 달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우크라이나가 "너무 멀리 가고 있고, 전략적인 패배를 야기하고 있다"며 위성을 켜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페도로프 부총리는 자신의 대화 내용이 폭로된 것을 두고 "보기 좋은 일이 아니다"라며 "나는 우리의 서신을 공개적으로 보여주거나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이와 관련, 머스크 측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FT는 덧붙였다.
머스크의 전기는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미친 사람들은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스티브 잡스 애플의 공동창업자의 발언으로 시작한다고 NYT는 설명했다.
아이작슨은 스티브 잡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벤저민 프랭클린 등의 일대기를 쓴 작가다.
이 책은 오는 12일 출간된다.
d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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