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주민 임시천막·길거리 노숙에 추가로 고통
마을 사라져버린 진앙지 산악엔 참혹한 '맨손구조'
통곡 속 절망 확산…"대참사 당했다. 미래 모르겠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북아프리카 모로코에 규모 6.8의 강진이 덮친 지 사흘째인 10일(현지시간) 사망자가 2천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생존자들도 여진 가능성 등 2차 피해 우려로 고통받고 있다.
모로코 내무부는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총 2천122명이 숨지고 2천421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부상자 중 1천404명은 중상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유엔은 이들을 포함해 지진 영향권에 있는 30만명의 주민이 재난으로 인한 악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집을 잃은 사람들은 임시 천막이나 길거리에서 잠을 청하는 상태로, 여기에 이날 오후 규모 3.9 가량의 여진까지 발생하며 공포에 떨고 있다.
전문가들은 본진보다 더 큰 피해를 몰고 올 수 있는 여진을 우려하기도 한다.
내진설계가 되지 않은 건물과 일부 지반이 이미 지진에 약해진 상황에서 추가 진동이 닥칠 수 있다는 얘기다.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의 지진 전문가 펠리페 베르낭은 거의 모든 지진에 여진이 반드시 뒤따른다는 점을 강조했다.
베르낭은 "여진이 본진보다 덜 강하더라도 이미 취약해진 건물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올해 2월 튀르키예, 시리아 대지진처럼 여진으로 보기 까다로운 강진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진앙과 가까운 지진의 직접적 영향권인 아틀라스 산악지역의 아미즈미즈 마을도 도움을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불과 10㎞ 남짓의 얕은 진원에서 지각판이 뒤틀린 까닭에 마을이 하룻밤 새 실종됐다.
산 능선을 뒤덮듯 빽빽이 서 있던 붉은색과 주황색 사암 벽돌로 만들어진 가옥들은 거의 모두 무너져 내렸다.
생존자들을 마을로 이어지는 비포장 진입로에 깔린 낙석을 손으로 일일이 치워내고 있다.
얼마 후 군인들이 일부 현장에 투입되기는 했으나, 구조와 복구가 언제 마무리될지는 알 수 없다.
주민 살라 앙슈(28)는 "대참사가 벌어졌다"며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지금 당장은 구급차도 경찰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P는 중세 역사도시 마라케시 인근 산악지대의 농촌 지역이 최악의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구불구불한 진입로에 지진으로 낙석까지 깔려 구조대의 접근이 더욱 힘들어진 곳들이다.
실제 현재까지 아틀라스산맥의 알하우즈 지역에 모로코 전체 사망자의 절반이 넘는 1천351명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상자를 비롯한 생존자들에게 인도주의 위기가 닥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이그힐 마을에서는 굳게 문닫힌 민가들 사이로 절망감이 퍼져나가고 있다.
어린 소년들과 경찰관들이 분주히 시신을 밖으로 나르는 사이 주민들의 통곡 소리만 골목 사이사이를 메우고 있는 모습이다.
근처 물라이브라힘 마을에 사는 판타 베차르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나는 잠든 상태였고, 지붕이 내 위로 떨어져 내린 탓에 탈출할 수가 없었다"며 "맨손으로 잔해를 치워준 이웃들이 나를 구조해줬다"고 떠올렸다.
그는 "우리 집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기 때문에 이웃집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손주 셋과 딸까지 이번 지진으로 잃은 주민 카디자 파이루제는 너무 많이 울어서 얼굴이 퉁퉁 부어버렸다. 숨진 손주 중 가장 어린 아이는 4살이었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군인과 경찰의 도움 속에 작업을 시작했다. 헌혈 대열에는 주민은 물론 관광객까지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각국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로코 정부가 이를 허용하는 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현지인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고 AP는 지적했다.
곧장 파견될 태세를 갖췄던 일부 국제 구호팀조차 마냥 모로코 정부의 공식 지원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국경없는구조대' 설립자인 아르노 프레스는 "매우 시급히 사람들을 구하고 건물 아래를 파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구조대를 프랑스 파리에 대기시켜놓은 상태지만 모로코 측의 허가가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며 "잔해 아래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는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