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 지금까지 25차례, 최대 수개월 지속될 수도…구조작업 위협"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덮친 강진으로 2천명 넘게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생존자들은 절실히 필요한 도움의 손길이 오지 않는 데 대해 절망감과 분노를 표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12일(현지시간) 규모 6.8 지진이 모로코를 강타한 지 나흘째로 접어들고 있으나 많은 생존자가 당국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라케시 남쪽 산악지대에 있는 시골 마을 아스니에서는 성난 주민들이 구호품 지급이 시급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주민은 "음식도 빵도 채소도 없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면서 "아무도 우리에게 오지 않는다"고 좌절감을 표했다.
이 주민의 집은 지진으로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벽이 모두 심하게 갈라졌다. 안으로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한 그는 담요 몇장만 간신히 챙겨 나와 네 자녀와 함께 마을 큰길 가에서 노숙하고 있다.
한 지역 기자는 격하게 불만을 쏟아내는 주민들에게 둘러싸이기도 했다. 그는 경찰에 의해 간신히 빠져나갔다고 BBC는 전했다.
트럭 한 대가 다가오자 몇몇은 지원 물품을 기대하며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차는 이들을 지나쳐갔고, 주민들은 성난 야유를 퍼부었다.
음바르카라는 이름의 주민은 집을 잃고 인근에서 천막생활을 하고 있다. 두 딸과 사위, 세 손자 등 가족들은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집에서 간발의 차이로 빠져나왔다.
그는 "집을 다시 지을 수단이 없다"며 "지금 우리를 돕는 건 지역 주민들뿐"이라고 한탄했다.
그의 사위인 압델하디는 "정부가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 지역에만 마을 120곳이 있다"면서 피해 주민이 너무 많아 언제 차례가 돌아올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지진이 나기 직전에 마라케시의 한 병원에서 딸을 출산한 카디자와 그의 남편은 아스니에서 조금 더 남쪽으로 떨어진 마을 타다트 주민이다.
이들은 지진이 난 바로 다음 날인 9일 아침 갓난아기를 데리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산사태로 도로가 막혀 아스니의 길가에 텐트를 치고 머무르고 있다.
카디자는 아기를 안은 채 "당국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덮을 이불만 겨우 얻었다"면서 "믿을 건 신뿐"이라고 한숨지었다.
계속되는 여진은 집을 잃고 앞날이 캄캄해진 주민들을 더 불안하게 하고 있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의 레미 보수 센터장은 영국 SKY뉴스와 인터뷰에서 지난 8일 6.8 강진 이후 25차례 여진이 있었다고 말했다.
여진 중에서 가장 강한 것은 본진 직후 발생한 규모 4.8 여진이었다.
보수 센터장은 "여진은 일어날 것이다. 추측이 아니라 확실하다. 수주일, 심지어 수개월 동안 계속될 수 있다"며 "여진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얼마나 클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진으로 가장 큰 위험에 놓인 이들은 수색작업을 진행하는 구조대원이라면서 "잔해를 치우고 생존자를 찾으려면 (지진으로) 약해진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여진이 발생하면 파손된 건물들은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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