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관광객 1천90만명…"아프리카 최고수준 신용등급도 관광 덕"
폭삭 무너진 건물들, 경제 불평등 노출…"재건비용에 경제부담 늘 것"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120년 만의 강진이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강타해 2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가운데 관광산업에도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밤 발생한 강진으로 모로코의 중세 역사 도시 마라케시 일부가 피해를 봤다.
마라케시 옛 시가지 메디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천년 고도다. 이곳의 랜드마크로 '마라케시의 지붕'으로 불리는 쿠투비아 모스크의 첨탑(미나렛)도 일부 손상됐다.
관광산업은 농업, 유럽연합(EU)과의 교역과 함께 모로코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작년에 모로코를 방문한 관광객은 약 1천90만명이었다.
블룸버그는 관광산업이 모로코의 신용등급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모로코의 국가 신용등급을 BB+로 평가했는데, 이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대표적인 역사 도시인 마라케시는 모스크와 궁전 등 많은 중세 시대 문화유산이 보존돼 있고 광장에 있는 전통시장 등 볼거리가 많아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도시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영국 버진 그룹의 회장 리처드 브랜슨, 영국의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 등 유명인들도 마라케시를 찾은 적이 있다.
할리우드 영화·드라마 단골 촬영지로도 꼽혀 '미션임파서블-로그네이션', '미이라' '섹스앤더시티2', 드라마 '왕좌의 게임' 등이 촬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로코 수도 라바트의 싱크탱크인 MIPA의 라시드 아우라즈 대표는 "지진이 모로코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지역 경제, 특히 마라케시 외곽 등에서 관광업으로 살아가는 마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2월 대지진을 겪은 튀르키예의 전례로 미루어보면 이번 지진이 모로코 관광 산업에 미칠 영향이 단기적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7개월 전 사망자 5만명이 넘는 대지진이 벌어졌을 때 우려와 달리 올여름 지중해 해안과 이스탄불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관광 산업이 대부분 회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유럽에서 출발한 주요 항공사의 항공편이 지진 사흘째인 10일에도 마라케시에 도착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지진이 모로코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분석하는 동시에, 이번 지진이 모로코내 경제적 불평등 상황을 부각해 보여줬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마라케시 중심에서 차를 타고 조금만 벗어나면 아틀라스산맥에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마을들이 있고, 이곳에서는 여전히 주민들이 구조되지 못한 채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아틀라스산맥 근처의 카스바 앙고우르 호텔에서 일하는 유세프 바라캇은 지진으로 호텔 객실 중 일부가 수리가 필요해져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호텔은 현대식이지만, 이 지역 대다수 주택과 소규모 호텔은 그렇지 않다"며 "너무 많은 마을이 파괴됐고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전했다.
아직 이번 강진의 경제적 피해 규모는 추산되지 않았으나 대규모 재건 비용이 지난 2년간 가뭄으로 타격을 받은 모로코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지진 발생 전 모로코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3.4%를 목표로 하고 재정 적자 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4.5%에서 4%로 줄일 계획이었다.
다음 달 9~15일에는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 연차 총회가 마라케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진 여파로 행사에 차질을 빚게 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8일 밤 모로코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 지점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해 10일 오후 4시까지 2천122명이 숨지고 2천421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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