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 편으로 평양을 출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쪽으로 이동 중인 정황이 우리 정보당국에 포착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이르면 12일 북러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지면 2019년 4월 정상회담 이후 4년여만의 일이다. 러시아의 인테르팍스 통신도 김 위원장이 수일 내 러시아 극동지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이날 보도했으나 자세한 방문 정보는 전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이 이날부터 이틀간 극동지역을 방문해 전날 개막한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한다면서 소개한 방문 일정에는 김 위원장과의 일정은 없었다. EEF 행사와는 별도로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앞서 이달 초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이달 10∼13일 동방경제포럼 기간에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무기 거래 문제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는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우려를 잇달아 제기하고 있다. 양국 간 무기 거래 가능성 때문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북한과 관련된 무기 거래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러시아는 책임 있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이런 행동을 자제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양측이 무기 거래를 시도할 경우 한국이 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을 일찍이 확인하고 양국 간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이 어떤 식으로 귀결될지는 너무나 분명하며, 이는 결국 이들 국가를 한층 고립시키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국제사회의 평화를 해치는 북한과의 군사협력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면서 "어떤 유엔 회원국도 불법 무기 거래 금지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규정한 대북 제재 의무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에서 군사협력 문제를 논의할 경우 '위험한 거래'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성사될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에 쓸 북한의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지원받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과연 북한에는 무엇을 줄 것인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정찰 위성, 그리고 핵추진잠수함 관련 기술을 요구할 것으로 미 언론은 보도했다. 무기 거래뿐만 아니라 합동군사훈련, 식량과 에너지 공급 같은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이 논의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어느 수준에서 이뤄지든 두 나라의 군사적 협력 강화는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의 안보와 평화를 위협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적으로 외톨이 신세나 다름없다. 북한과의 무기 거래가 고립을 한층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한미일 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이고, 무엇보다 한러관계가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을 명분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북한도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무기를 제공하는 일은 전쟁범죄에 가담하는 일이며 국제적인 비난과 고립을 자초하는 길임을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