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州서 첫 주민투표…'알프스 훼손·경제성 부족' 의견에 기운 듯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스위스의 한 주(州)가 알프스 산지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놓고 주민투표에 부친 결과 부결됐다.
11일(현지시간) 스위스 발레주에 따르면 주정부가 이 지역에 세우기로 한 태양광 발전소를 예정대로 건설할지에 대한 주민투표 결과 반대표가 53.94%로 절반을 넘었다. 투표율은 35.72%를 기록했다.
시설 건립안이 주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이다.
이번 주민투표 결과는 스위스의 재생에너지 강화 정책을 둘러싼 여론의 향배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점쳐지면서 주목받았다.
이미 수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80%에 이르는 스위스는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재생에너지 분야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전력 생산의 11%가량을 차지하는 태양광 발전 비중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게 스위스 연방정부의 대체적인 구상이다.
발레주는 알프스 산지 내 일조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평가되는 지역이다. 그만큼 사업성이 뛰어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주정부는 연방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발맞춰 대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전날 주민투표를 통해 이 사업을 반대하는 여론이 과반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주정부의 사업 추진 동력은 크게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발전시설 건립안이 주민투표로 부결됐더라도 민간 사업자들이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수는 있지만 사업비의 최대 60%까지 충당할 수 있는 연방정부 보조금을 받기는 어려워진다. 민간 기업이 쉽사리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번 주민투표 결과는 알프스 내 태양광 시설 조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환경단체와 녹색당 등 일부 정당의 의견에 여론이 기운 결과로 풀이된다.
이 사업이 알프스의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데다 경제성 또한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발레주의 주민투표 결과는 스위스가 추진 중인 넷제로 정책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스위스에서 태양광 사업을 두고 주민투표가 시행된 것은 이번 발레주 사례가 처음이다.
태양광 발전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려면 알프스의 유휴지를 사업 부지로 활용하는 게 현실적인데, 주민들은 자신의 거주 지역 내 알프스 환경을 더 중시한다는 여론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알프스 내 태양광 발전시설 건립을 반대해온 스위스 국민당 발레주 지부는 이번 투표 결과를 환영하면서 "발레주는 이미 수력발전 댐을 통해 많은 전력을 국가에 공급하고 있다"면서 "외국 기업과 그 계열사가 알프스를 훼손해 이익을 취하는 건 우리에게 해가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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