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김정은 회담서 무기 거래 가능성…서방 제재 강화 경고
무기 거래 협상해도 공식 발표 않을 수도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공식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도 북러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기와 관련해 '금지된 거래'에 나설 경우 대척점에 있는 미국 등 서방과의 대립이 극한 수준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크렘린궁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초대를 받아 수일 내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 위원장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열차가 북한 평양에서 러시아를 향해 출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러 정상회담이 이르면 12일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국제적으로 극심하게 고립된 두 국가 정상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양국 간 무기 거래 의혹까지 제기돼 더욱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특별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가 탄약 등 무기 고갈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탄약 등 무기를 공급받고, 그 대가로 북한에 핵잠수함 등 첨단 군사 기술 정보와 식량 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푸틴 대통령이 회담 뒤 대북 제재 해제를 선언하고 군사협력에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는 무기 부족 또는 무기 거래 의혹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현재 충분한 무기와 군수 물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특별군사작전이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 북한을 통해 무기 비축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이미 1년 반 이상 이어진 현 사태가 더 길어질 가능성이 커질 경우, 지난 6월부터 대반격에 나섰지만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 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가 러시아에 유리하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러시아는 서방의 각종 제재로 석유·가스 수출에 제약받는 상황에서 특별군사작전에 따른 막대한 지출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도 자원 수출과 내수를 통해 경제를 굳건히 지탱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오히려 석유 수출 제한과 흑해곡물협정을 무기로 세계 경제를 흔들기도 한다.
하지만 북한과 실제로 무기 거래를 할 경우 러시아는 국제적 위상 추락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북한의 무기를 수입하는 것은 엄연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 위반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북한과 무기 거래를 하면 스스로 안보리 제재를 무력화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안보리 제재 대상국인 북한과 안보리 제재 주체인 러시아가 밀착하면 서방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저지할 수단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나아가 북한과 러시아가 서방에 대항하는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여기에 중국이 가세하면 이들 국가와 서방과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특히 최근 한국·미국·일본 결속이 강화된 상황에서 한미일-북중러 대립 구도가 심화하는 것은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와 세계의 긴장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북한과 러시아 모두 국제적인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양국이 공동성명을 통해 무기 거래를 발표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하는 만큼 북러가 무기 관련 협상을 진행하더라도 이를 세계에 공표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러가 무기 거래에 나서면 서방이 독자적인 대북·대러 제재로 추가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10일 CBS 방송 인터뷰에서 "(무기 거래는) 러시아와 북한을 더 고립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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