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호텔·온라인 상점 등 '9만원 초과 금지' 위반 속출…당국 "순찰 강화"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이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추석(중추절)을 앞두고 작년부터 당국이 금지한 500위안(약 9만원) 이상의 고가 월병 세트가 다시 판매되고 있다고 중국신문망이 12일 보도했다.
상하이에 있는 불가리호텔은 월병 4개가 든 세트를 888위안(약 16만1천원)과 988위안(약 17만9천원)에 출시했고, 홈페이지상 988위안짜리 세트는 품절 상태다.
베이징 불가리호텔은 "최근 출고량이 많아서 재고가 없다"며 구매를 원하면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를 하기도 했다.
다른 호텔에서도 규제를 어긴 월병 세트를 찾아볼 수 있다. 광둥성 선전의 만다린오리엔탈호텔은 올해 중국 내 명품 브랜드 '돤무'와 공동으로 688위안(약 12만5천원)짜리 월병 세트를 내놨다. 선물 상자 옵션을 선택하면 가격은 818위안(약 14만8천원)으로 뛴다.
작년 초고가 월병 상품으로 논란이 된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겐다즈는 올해 또 999위안(약 18만1천원)과 698원(약 12만6천원)짜리 월병 세트를 내놨다.
온라인 매장은 정부의 방침을 의식해 '겉보기 가격'과 실제 가격을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고 중국신문망은 전했다.
5성급 호텔의 월병을 취급하는 한 온라인 판매자는 월병 4개 들이 세트를 488위안(약 8만8천원)에 올려놨는데, 결제를 위해 몇 단계를 거치는 동안 필수 선택 항목을 체크하고 나면 실제 가격인 888위안이 나타나게 물건을 올려뒀다.
중국 당국은 작년 추석을 앞두고 500위안이 넘는 고가 월병과 과대 포장을 제한하는 방침을 내놨다. 상자당 원가는 70위안(약 1만2천원) 정도인데 선물 세트가 되면 수천위안을 호가해 사실상 뇌물 역할을 해왔다는 비판 때문이다.
당국 기준에 따르면 월병 포장은 세겹을 넘어선 안 되고 상자의 크기도 지나치게 커선 안 된다. 귀금속이나 마호가니 같은 고급 재료를 사용한 포장과 월병 외에 다른 물건을 함께 넣은 선물 세트도 금지됐다.
그러나 온라인에선 여전히 월병과 찻잔, 와인 등을 혼합해 가격을 올린 상품이 적지 않게 발견됐다. 한 도자기 매장은 수제 잔 2개와 연꽃 접시 1개를 섞어 1천982위안(약 36만원)짜리 선물을 판매하고 있었다.
반부패 드라이브를 걸어온 중국 당국은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공업정보화부, 상무부, 시장감독관리총국은 올해 월병 가격 억제를 위한 공동 특별 연구를 한 뒤 '고가 월병 제한과 산업의 건전한 발전 촉진에 관한 공고'를 발표했다.
네 부서는 "긴밀히 협력해 시장 순찰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감독·검사 역량을 높여 위법 행위를 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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