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심화하는 국제적십자…내년 예산 13%↓·인력 추가감축

재정난 심화하는 국제적십자…내년 예산 13%↓·인력 추가감축
"인도주의적 요구 증가하는데 재정난은 심화…역설적"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기대에 못 미친 모금 실적으로 재정난이 심화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내년 예산을 삭감하고 인력을 추가 감축하기로 했다.
로버트 마르디니 ICRC 사무총장은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13% 줄인 21억 스위스프랑(3조1276억여원)으로 잡았다고 밝혔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본부 직원 수도 270명가량 추가 감축할 예정이라고 마르디니 사무총장은 전했다.
이 같은 ICRC의 발표는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도 적십자의 재정난이 심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ICRC는 올해 4억3천만 스위스프랑(6천234억여원) 규모의 예산 절감 계획을 발표하고 세계 곳곳의 ICRC 사무소에서 1천800개의 일자리를 줄이기로 결정한 바 있다.
기부를 약속한 개인과 단체 등이 예정된 만큼의 금액을 기부금을 내지 않은 상황이 지속됐고, 작년 4분기 인도주의 사업 비용이 계획보다 많이 들었던 점 등이 ICRC의 자금 사정이 악화한 배경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유행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가뭄 피해가 잇따랐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분쟁 상황까지 더해져 적십자에 기부금이 쌓일 만한 환경이 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도 지난 2월 튀르키예·시리아 강진에 이어 지난 8일 발생한 모로코 강진까지 대형 인명 피해를 유발한 재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ICRC 입장에서 긴급하게 인도적 사업비를 집행해야 할 상황이 끊임없이 나오는 반면 세계 곳곳에서 들어와야 할 기부금은 적십자에 쌓이지 않고 다른 기관이나 사용처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마르디니 사무총장은 "예산 삭감과 감원 결정은 고통스럽지만 피할 수 없었다"며 "역설적으로 재정적 어려움은 증가하는데 세계 곳곳의 인도주의적 요구는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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