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붕괴 현장 피해…아이 1명 부상 외엔 인명피해 없어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 3천명에 육박하는 사망자를 낳은 모로코 강진 당시 한 마을 주민들이 이웃의 전통 혼례에 참석했다 화를 면한 사연이 전해졌다. 결혼식 전야 파티가 야외 뜰에서 열리면서 가까스로 참사를 비껴간 것이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모로코에서 규모 6.8 강진이 발생한 지난 8일 이길 은탈구움트 마을에서 신부 하비바 아지르(22)와 신랑 모하메드 부다드(30)는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전야 잔치를 열고 있었다.
모로코에서는 식 전날 신부의 가족이 축하연을 여는 풍습이 있는데, 이날 저녁 아지르의 가족도 이러한 전통에 따라 마을 뒤뜰에서 파티를 연 것이다.
이에 대부분 마을 주민이 모여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축하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름답기만 해야 할 축하연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한 하객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지진은 전통의상 차림의 연주자들이 풍악을 울리며 한창 분위기를 띄우던 중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뜰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공포에 질린 비명과 "지진이다!"라고 외치는 다급한 소리, 가족들을 찾는 절박한 외침으로 가득 찼다.
진동이 잦아들어 사람들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자 춤과 음악에 맞춰 흔들리던 조명은 꺼졌고, 어둠을 뚫으려는 휴대전화 플래시만이 반짝일 뿐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파티가 야외에서 진행된 덕에 수많은 마을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지르의 축하연에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히는 상황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8살 남자아이 1명이 떨어진 돌에 맞아 다친 것을 제외하면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길 은탈구움트 마을 주민 상당수는 집을 잃은 난민 신세가 됐다. 일부 주민들은 축하연 천막을 대피소로 삼아 머물고 있다.
이길 은탈구움트에서 고작 수 킬로미터 떨어진 티케흐테 마을에서는 주민 400여명 가운데 68명이 목숨을 잃었다.
신부 아지르는 9일 예정대로 신랑 부다드가 기다리고 있는 마을 케투로 향했다. 계획대로라면 둘의 결혼식이 열릴 마을이었다.
12일 로이터통신 기자가 만난 신부 아지르는 여전히 혼례복을 입은 채였다. 지진의 충격으로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도 힘든 상태였다.
부다드는 "신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눈을 붙일 곳도 없었다"며 "임시로 거주할 텐트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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