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전기 일부 오류…"우크라→러 공격중 통신망 끈 것 아냐"

입력 2023-09-13 10:34  

머스크 전기 일부 오류…"우크라→러 공격중 통신망 끈 것 아냐"
"러 함대 있던 크림반도는 원래 스타링크 연결 안 돼…추가 조치 안한 것"
머스크, 우크라 정부 요청 거부 사실은 인정…전쟁 개입 논란 지속
저명 전기작가 아이작슨 명성에 오점?…"머스크 전기에 먹구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가 우크라이나 전쟁 지역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을 일시 차단하는 방식으로 전쟁에 개입했다는 머스크 전기 내용은 일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내용을 보도한 미 CNN 방송 등은 12일(현지시간) 관련 내용을 바로잡는 정정 보도를 냈다.
앞서 CNN은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쓴 머스크의 전기 '일론 머스크'가 출간되기 전인 지난 7일 책 발췌본을 미리 입수해 머스크가 지난해 러시아 해군 함대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잠수함 기습 공격을 막기 위해 스페이스X 엔지니어들에게 크림반도 해안 근처의 위성 통신망을 끄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실제로 이날 출간된 책 내용을 보면 "그(머스크)는 공격을 위해 스타링크 사용을 허락하는 것은 세계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그는 크림반도 해안의 100㎞ 이내에 있는 커버리지(통신망 연결)를 끄라고(turn off) 엔지니어들에게 말했다"고 쓰여 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보도된 뒤 우크라이나 정부 인사가 머스크를 비판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등 머스크가 전쟁에 지나치게 개입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보도 내용을 접한 미 국방부가 향후 우주 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 전쟁 수행에 따른 군사적 사용 범위를 어느 정도까지 명시해야 하는지를 놓고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파장은 계속됐다.


그러자 아이작슨은 이틀 뒤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스타링크 문제에 대해 명확히 하자면,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까지 커버리지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내용을 바로잡았다.
그러면서 "그들(우크라이나)은 러시아 함대에 대한 드론 잠수함 공격을 위해 머스크에게 커버리지를 가능하게(enable) 해달라고 요청했고, 머스크는 큰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것을 가능하게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작슨은 후속 게시물에서 "머스크와의 대화에서 나는 크림반도 공격에 스타링크를 사용하지 않기로 한 정책이 우크라이나의 기습 공격 시도가 있던 날 밤에 처음 결정된 것으로 잘못 생각했다"며 "그(머스크)는 그 정책이 더 일찍 시행됐지만, 우크라이나는 그것을 몰랐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머스크 역시 아이작슨의 해명 내용을 자신의 X 계정에 올리며 "내가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따라 행동하기를 거부한 것과, 우크라이나를 방해하기 위해 스타링크를 고의로 변경한 것은 책임이 다르다"며 "나나 스페이스X의 누구도 크림반도에 대한 커버리지를 약속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머스크는 그에 앞서 X에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으로부터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까지 스타링크를 가동해 달라는 긴급 요청이 있었다. 정박 중인 러시아 함대 대부분을 침몰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했다"며 "내가 그들의 요청에 동의했다면 스페이스X는 전쟁과 분쟁 확대라는 중대한 행위에 명백히 연루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두 사람의 설명의 정리하자면 머스크는 당시 해당 지역의 스타링크 통신망을 '끈' 것은 아니며, 추가로 활성화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CNN은 그동안 스티브 잡스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벤저민 프랭클린 등의 전기를 써서 찬사를 받았던 아이작슨이 이번에 책 내용의 일부 오류를 시인하면서 머스크의 전기에 먹구름을 드리운다고 지적했다.
아이작슨은 툴레인대학교의 역사학 교수이자 CNN의 전 대표를 역임하는 등 미디어 업계에서도 명성이 높았다.
머스크의 전기를 낸 출판사 사이먼 앤드 슈스터는 향후 판본에서는 해당 내용을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머스크의 해명에도 전쟁 개입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는 양상이다. 통신망을 끈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크림반도를 스타링크 통신망 범위에서 제외한 결정 역시 전쟁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민주) 미 연방 상원의원은 11일 이와 관련해 머스크와 스페이스X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워런 의원은 "의회는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외교 정책이 억만장자가 아니라 정부에 의해 실행되도록 보장할 수 있는 적절한 도구가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스타링크와 관련해 스페이스X와 미 국방부의 계약 관계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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