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랏냐쿠브로 이어지는 국도, 구호 차량으로 가득
오지마을 주민들 사흘간 방치…맨손으로 땅파 직접 구조
'강진 당일 부재' 국왕 뒤늦게 피해 현장 방문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모로코 정부의 강진 피해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평범한 주민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고 영국 가디언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로코 마라케시와 항구 도시 아가디르를 잇는 10번 국도는 지난 10일 부분 개방된 직후부터 구호 차량 행렬이 끝없이 몰려들며 때아닌 교통체증을 겪고 있다.
마라케시, 카사블랑카, 라바트, 탕헤르 등 전국 각지에서 온 모로코인들이 피해 지역인 탈랏냐쿠브에 구호품을 직접 전달하겠다고 나서면서다.
탈랏냐쿠브는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알 하우즈 지역 마을로 진앙지로부터 약 20㎞ 떨어져 있으며 주민 3천여명이 거주해왔다.
계곡으로 미끄러지듯 나 있는 비좁은 도로, 가파른 경사면을 따라 흘러내리는 흙, 곳곳에서 발견되는 낙석의 흔적은 10번 국도가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하지만 이미 수천 명의 모로코인이 구호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차량은 주로 매트리스와 비닐시트, 의류, 침구류 등 추위를 견딜 수 있는 구호품을 실어 날랐다.
차량 3대에 나눠 탄 젊은 축구 팬 16명 중 1명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탈랏냐쿠브까지 오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며 "음식과 옷, 기부금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발전기를 실은 군용차량, 불도저, 앰뷸런스 등 구조용 차들도 이 행렬을 따라 속속 탈랏냐쿠브에 도착하고 있다.
그러나 구호 작업이 4일째에 접어들면서 추가 생존자를 발견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모로코 적십자를 이끄는 몰레이 하피트 알라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잔해 아래 갇힌 생존자를 찾을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알 하우즈 지역 오지 마을 주민들은 접근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미 사흘 가까이 그대로 방치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일부 주민들은 맨손으로 땅을 파며 직접 수색에 나섰으며 삽과 곡괭이를 들고 구조를 시도하는 주민들도 나타났다.
두아르 트니르트의 주민 파티마 베니자는 "(지진 후) 이틀간 그 누구도 우리를 확인하러 오지 않았다"며 "그들이 사람들을 조금만 더 일찍 구했더라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마을 역시 11일 오후께야 첫 번째 구조대가 도착해 수색을 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전까지는 마라케시와 카사블랑카 등으로 떠났던 주민들이 귀향해 구조 작업을 벌였다고 NYT는 전했다.
주민 오마르 우샤헤드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사람들을 땅에 묻고, 또 사람들을 구했다"며 "시간이 얼마나 지난 것이냐"고 한탄했다.
탈랏냐쿠브에서 형제, 삼촌 등을 애타게 찾고 있는 자말 르바키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정부의 구호 작업이 늦어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것은 완전한 배신"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국민을 도와야 할 사람들이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구조 작업이 지연되는 사이 사망자는 벌써 3천명에 육박해 정부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은 고조되고 있다.
강진 당일 프랑스 저택에 체류하다 이튿날에야 귀국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모하메드 6세 국왕은 뒤늦게 현장을 찾아 상황을 무마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지 국영 매체는 국왕이 이날 저녁 마라케시 병원을 방문해 피해자들을 위로했다고 보도했다. 국왕이 피해자들에게 입을 맞추고, 헌혈하는 장면도 공개됐다.
하지만 국왕이 가장 큰 피해를 본 빈곤층 지역 알 하우즈에 방문한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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