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성베드로광장의 삼성 전광판 본격가동…로고는 작고 옅게

입력 2023-09-14 07:00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의 삼성 전광판 본격가동…로고는 작고 옅게
日 파나소닉 제품 16년 만에 대체…대형 전광판 4개·하만 음향기기 설치
설치 완료 맞춰 삼성 임원진 바티칸 방문…교황, 감사 표해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올해 7월부터 시작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의 삼성전자 옥외 전광판 설치 작업이 13일(현지시간) 완료돼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날 성 베드로 광장에서 주례한 주요 대중 행사인 수요 일반알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삼성전자 옥외 전광판은 총 4개다.
광장 양옆에 가로 7.935m x 세로 4.83m 전광판 2개, 광장 안쪽에 그보다 작은 가로 5.865m x 세로 3.105m 전광판 2개가 설치됐다.
2007년 일본 파나소닉에서 설치한 옥외 전광판이 16년 만에 우리나라 기업 제품으로 바뀐 것이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상당한 홍보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성 베드로 광장은 매년 수백만명의 순례객이 다녀가는 가톨릭의 성지이자 매주 교황과 신자들이 만나는 장소다.
최대 3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광장에 운집한 군중은 4개의 대형 옥외 전광판을 통해 교황의 모습을 멀리서도 볼 수 있다.
특히 바티칸 희년인 2025년에는 전 세계에서 약 3천만명의 순례객이 바티칸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돼 홍보 효과가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설치된 전광판은 LED 사이니지 제품으로, 햇빛이 강한 야외에서도 선명하고 또렷한 화질을 제공하며 온도·습도 등에도 강하다.
또한 이 제품은 LED 조각을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패널을 만들기 때문에 크기와 형태에 제약이 없어 초대형 화면 제작에 유리하다.
삼성전자는 현재 설치된 것보다 훨씬 더 큰 전광판을 제작할 수 있었으나 교황청의 요구에 따라 과거 파나소닉 전광판과 거의 같은 크기로 전광판을 만들었다.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직접 본 삼성전자 옥외 전광판은 전광판을 감싸는 베젤이 광장의 대리석 기둥 색깔과 같은 하얀색이었다.
관심을 모았던 삼성 영문 로고는 가까이 다가가야 겨우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전광판 하단에 작고 옅은 색깔로 새겨져 있었다.
삼성전자 이탈리아 법인 관계자는 "기존 삼성전자 로고와 비교하면 크기가 작고 색깔도 어두운 회색으로 상대적으로 옅은 편"이라며 "장소의 종교적인 성격을 감안해 삼성 로고를 되도록 드러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전광판을 이용한 상업 광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등 이 전광판을 절제된 용도로만 사용하기로 교황청 측과 합의했다.
삼성전자는 전장·오디오 사업 자회사인 하만의 음향기기도 이번에 함께 공급했다.
삼성전자는 전광판 설치와 관련한 홍보 활동도 최소한으로 할 계획이다. 홍보 보도자료는 이탈리아 언론매체에만 배포하기로 했다.
다비데 코르테 삼성전자 이탈리아 법인의 IT제품 세일즈 헤드는 이 보도자료에서 "삼성전자는 바티칸시국에 기술적으로 기여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성 베드로 광장과 같이 독특하고 권위 있는 장소에서 최고의 기술을 선보일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안토니노 인테르시모네 교황청 행정원 전산실 실장은 "우리는 삼성전자의 전광판에 진심으로 만족하며 삼성 경영진과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우리의 목표는 신자들에게 더 나은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고, 이전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해 에너지 소비 수준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광판 설치 작업이 완료된 것에 맞춰 삼성전자 대표단이 이날 오전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개인 알현하고 교황청 측과 서명식을 가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삼성 임원진으로 구성된 대표단에 감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대표단은 이후 바티칸에 삼성전자 전광판이 들어서도록 '산파' 역할을 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을 만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바티칸 방문 여부도 관심을 모았으나 이 회장은 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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