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에 기고문 보내 문제제기…토론회 개최 거부·첫 경선지 변경 사례 들어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내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지명을 위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도전장을 던진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당의 경선 관리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케네디 주니어는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보낸 기고문에서 "민주당은 경선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바이든 대통령을 위해 불공정하게 게임의 규칙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그는 DNC가 바이든 대통령과 자신의 토론회 주최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누가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에 더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을지 유권자들에게 선택할 기회를 빼앗았다는 취지다.
이어 케네디 주니어는 DNC가 바이든 대통령의 희망에 따라 첫 경선지를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변경한 것도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대선 후보 결정 때 먼저 아이오와에서 코커스(당원대회)를 열고, 뉴햄프셔에서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실시해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인종 다양성을 더 잘 반영하는 주에서 첫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아이오와 인구의 90%가 백인이다.
이에 대해 케네디 주니어는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민주당 경선 때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패배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내 경선 초반 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첫 경선지로 과거 자신이 패배한 지역보다는 승리한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선호했다는 것이다.
또한 케네디 주니어는 상·하원의원, 주지사, 전직 대통령·부통령 등 슈퍼 대의원(super delegate)이 당내 경선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점도 문제로 삼았다.
슈퍼 대의원들이 현직인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가정 아래 케네디 주니어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려면 일반 대의원 70% 이상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케네디 주니어는 이 같은 문제점을 논의하기 위해 DNC와 바이든 캠프 관계자들에게 만남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인 그는 케네디 가문 일원이지만, 정책과 가치관 등이 민주당의 주류와 다르다는 이유로 당내에선 존재감이 크지 않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내에서 케네디 주니어의 지지율은 10% 안팎이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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