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국내외 안보 위협 속 군의 사기와 전투 대비력 개선 노력"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군 기관지가 인민해방군 간부들을 향해 일선 병사들의 애로를 직접 조사하고 혁신적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중국이 국내외 안보 위협에 직면한 가운데 군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전투 대비태세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 속에 군에 대한 반부패 운동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지난 12일 군 지휘관과 고위 장교들은 일선 병사들의 일상적 문제들이 제때 해결될 수 있게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인민해방군 각 부대의 지휘관과 공산당 지도자들은 현장 조사를 나가 병사들의 실생활 문제를 이해하고 혁신적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고위 간부들은 다른 이들이 모아온 정보에 의존하는 대신 직접 풀뿌리 병사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해방군보는 "중앙군사위원회 회원들이 세미나와 교류 활동을 통한 조사와 연구 수행을 주도해야 한다"며 "고위 간부들은 형식주의나 관료주의를 배격하고 조사와 연구 수행에서 겸손하고 신중한 마음으로 단순하고 간소한 방식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군사위원회는 인민해방군 총 지휘부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석을 겸하고 있다.
해방군보의 논평은 대부분 현장 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었지만 현재 진행 중인 반부패 캠페인의 일환이자 군의 전통을 재건하고 전투 대비태세를 개선하려는 중국 최고 지도부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SCMP는 전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7월 로켓군의 사령관과 정치위원을 동시에 갈아치우면서 로켓군 복무 경력이 없는 이들을 나란히 후임으로 앉혔다.
이 과정에서 로켓군의 전 지휘관 최소 3명이 부패 혐의로 조사받는 것으로 알려졌고, 로켓군 내 부패의 사슬을 끊어내고자 외부 인사를 수혈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 외신은 약 10여명의 로켓군 전현직 수뇌부가 당국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중국군 장비개발부는 2017년 10월 이후 발생한 조달 관련 부패와 범죄의 신고를 받는다는 통지를 발표했고, 중앙군사위원회 장유샤 부주석은 무기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군에서 여러 입찰 비리가 적발된 데 따른 움직임이라고 SCMP는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의 실종설도 제기되며 그 역시 부패 조사 대상이 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람 이매뉴얼 일본 주재 미국대사는 지난 8일 주일대사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시 주석의 내각 라인업이 애거사 크리스티(영국 소설가)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닮았다"며 "처음에는 친강 외교부장, 그리고 로켓군 사령관이 실종된 뒤 이어 이제 리상푸 국방부장이 2주 동안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썼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1일 리 부장이 처한 상황에 대해 모른다고 공식 발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군 한 퇴역 장교는 SCMP에 해방군보의 촉구는 군을 겨냥해 계속되는 시 주석의 반부패 운동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조사를 통해 부패가 드러나고 있어 군을 강타하는 또 다른, 더욱 강력한 반부패 폭풍이 있다"며 "그러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전투 대비력 태세를 개선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국내외에서 복잡하고 어려운 안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에 시 주석은 군의 사기를 고양하고자 인민해방군의 오랜 전통으로 마오쩌둥이 옹호했던 '인민에 가까이' 접근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상하이 정법대 니러슝 교수는 인민해방군 고위 장교와 일선 병사들 간 긴밀한 관계는 군이 강력한 팀워크를 육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는 국공내전 당시 인민해방군이 국민당을 무찌를 수 있었던 비장의 카드였다고 말했다.
그는 "마오쩌둥은 군 고위 간부들이 풀뿌리 부대와 정기적으로 일하고 생활하기를 원했다"며 "이는 군의 사기를 매우 고양하지만 문화대혁명 시기에 폐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상적이고 보여주기식 조사는 안 먹힌다. 중앙군사위원회는 정기적인 메커니즘을 구축해 미군이 하듯 고위 간부들이 현장에서 일선 병사들과 지내게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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