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언론들 진단…"무기거래만으론 중국 손해볼것 없어"
"예측불가 영향력…북러와 다른 이해관계 속 선택 두고볼일"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으로 중국이 복잡한 처지에 놓이게 됐지만, 무기 거래만으로 한정해 본다면 중국에도 손해될 게 없는 상황이란 진단이 나와 눈길을 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의 중국 특파원 리처드 스펜서는 14일(현지시간) '미국의 적수들의 만남이 중국의 손에 놀아나고 있다' 제하의 분석기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중국의 목표는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스펜서는 중국 외교관들은 핵실험을 비롯한 북한 정권의 기행(eccentricities)에 오랫동안 불만을 가져왔지만, "(중국) 공산당은 신민들을 침묵시키려면 김씨 일가의 광기가 필요하단 걸 항상 이해해 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만약 지금의 북한이 러시아가 무기의 대가로 제공 가능한 자원이 필요하다면 (중국 공산당은) 그것 역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펜서는 북한이 옛 소련제 무기를 대량으로 제공함으로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패배를 막는 것도 중국에는 훨씬 유리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는 걸 선호했겠지만 이미 일이 벌어진 이상 그가 패배하거나, 혹은 패하더라도 너무 심하게 패배하도록 놓아둘 수 없게 됐다"며 "김 위원장이 그런 결과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훨씬 더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소 실망스럽게 여기지만 그건 전쟁이 실패하면서 푸틴의 몰락이 빨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라며 "중국은 자국이 곧 반서방 세계의 지도자 지위를 넘겨받겠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스펜서는 러시아가 2006년 북한의 첫 핵실험에 따른 유엔 대북제재 채택에 동참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는 푸틴이 북한제 탄약을 수입한다면 비밀리에 할 것이란 의미"라면서 "이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고약한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을 완화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은 전날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정상회담과 관련해 거리를 두는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러정상회담에 대한 논평 요청에 "북한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북러 사이의 일"이라며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북한을 미국의 우방인 한국과 일본 등에 대한 '전략적 완충지대'로 보고 지원해 온 중국 입장에선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면서 대북 영향력이 약화하는 것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일각에선 북한제 무기 지원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는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미국과의 패권경쟁에서 더욱 불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도 중국 정부가 침묵을 지키는 배경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는 북러정상 회담의 파장과 관련해 중국의 존재감을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북한과 러시아의 독재 정권 둘 다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침묵하는 까닭에 예측할 수 없는 변수로 중국을 지목했다.
실제로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가 협력 강화를 통해 추구하는 목표와 다른 입장을 취해온 만큼 북러밀착 추세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미국과 안보동맹인 유럽의 균열을 부추기기 위해 러시아의 입장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를 반길 수 있다.
북한에 대해서도 핵확산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 고도화에 불편을 느낄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북러밀착이 속도를 내 무기거래가 현실화한다면 중국의 이 같은 입장이 시험에 들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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