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특별보고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개정' 권고…한국 정부는 "합의 존중"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과거사 사건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국내 시민단체들이 유엔 회의장에서 한국 정부의 과거사 청산 작업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1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54차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 비정부기구(NGO) 대표로 참석해 "현재 한국 정부가 자국민이 아니라 일본 정부를 대표하고 있다는 점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는 유엔 특별보고관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2015년 한일 정부 간 합의를 개정할 것을 권고했지만, 정부가 사실상 이를 수용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위안부 피해 문제를 포함한 과거사 청산 과정을 살핀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보고서를 통해 2015년 한일 합의가 위안부 피해자 권리 구제에 필요한 인권적 접근이 부족했다며 개정 권고 의견을 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2015년 한일 합의를 양국 간 공식 합의로서 존중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의 보고서와 관련해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를 하고, 가해 사실을 인정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이사장은 "2015년 한일 합의를 개정하라는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의 권고에도 한국 정부는 놀랍게도 양국 합의의 적법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3월 한국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으로 일본 전범기업 대신 국내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는 해법을 제시한 데 대해서도 이 이사장은 "피해자들의 오랜 노력을 외면한 채 가해자 측의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NGO 자격으로 이날 회의장에 나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측 대표도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의 모든 권고사항을 한국 정부가 수용하고 이를 국가 인권정책에 반영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변 측은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좌초 위기에 있다"면서 "신임 위원장은 과거사 피해를 부정하고 분열과 증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과거 인권침해 사례를 확인하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조치가 지속되고 있으며 인권 침해 문제를 실효적으로 다루기 위해 법적·제도적 체계를 끊임없이 개선해왔다는 입장이다.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의 위안부 합의 개정 권고와 관련해서는 "2015년 합의를 양국 간 공식 합의로 존중하며 피해자 명예회복과 존엄, 마음의 상처 치유라는 합의 정신에 입각해 양측이 지혜를 모아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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