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기업 포함 140여개 업체…나토 회원국 핀란드·튀르키예 기업도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 정부는 14일(현지시간) 미국의 기술이 포함된 전쟁 수행 물자 등을 러시아로 공급하는 데 관여한 외국 기업과, 러시아의 제조 및 금융 관련 주요 기업들에 대해 대규모 제재를 부과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러시아 관련 제재 대상 기업과 개인 명단을 이날 업데이트하면서 러시아와 튀르키예, 핀란드 등의 외국 기업 140여 곳을 새롭게 제재했다.
제재 대상에 오르면 미국에 있거나, 미국인의 소유로 등록된 해당 기업의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거래도 금지된다.
또 국무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과 관련해 이익을 본 기업 관계자 등 70명 이상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재무부의 제재 대상 기업에는 '시베리카', '루미노' 등 핀란드 물류 회사와 조선(造船) 업체 '덴카르' 등 튀르키예 기업들이 포함됐다.
핀란드와 튀르키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로 미국의 동맹이다.
재무부는 시베리카와 루미노에 대해 "러시아에 근거를 둔 최종 사용자에게 외국 전자기기를 배송하는데 특화된 핀란드 기반 네트워크"라며 "드론 카메라, 고성능 광학 필터, 리튬 배터리 등 다양한 전자기기를 러시아에 보냈다"고 소개했다.
루미노를 통해 물자를 수입한 러시아 기업 중에는 항공, 철도 운송 관련 물자 공급 업체인 플라이테크그룹 등이 포함됐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또 튀르키예 기업 중에는 이중용도(민간용으로 생산됐으나 군수용으로 전용가능한 물자) 품목을 러시아에 공급한 마르기아나와 사턴EK 등이 포함됐다. 사턴EK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된 러시아 군용 무인기 공급망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그간 미국 정부는 미국의 제재망을 우회해 금지된 품목을 획득한 러시아 기업들을 제재하는 데 주력해왔는데 이번 제재 대상에는 미국 또는 다른 서방국가의 기술이 포함된 물자를 러시아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환적 허브' 역할을 한 국가 소속 업체들이 몇몇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이번 제재를 계기로 미국이 러시아와 거래한 제3국 기업과 개인에 대한 이른바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에 박차를 가할지 주목된다.
특히 제3국 기업에 대한 이번 제재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에 탄약 등 무기와 기타 물자들을 제공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 나와 주목된다.
북한 등이 러시아에 전쟁 수행 물자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관여하는 제3국 업체에는 '2차 제재'가 가해질 것임을 시사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어 보인다.
해외자산통제국은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지탱하고 있는 러시아의 주요 제조업체와 금융 기관 등에도 제재의 칼날을 들이댔다.
자동차 제조업체 모스크비치, 에너지 분야 기업 가즈프롬 네드라, 금융기관인 신코 은행 등 러시아 기업과 개인에 대해 거의 100건의 제재가 부과됐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오늘의 제재는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야만적인 전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장비와 기술, 서비스를 빼앗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이어 "우리는 또 러시아의 침략과 러시아와의 친밀함으로 이득을 보는 기업들에 책임을 물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부연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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