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사법정비'에 반기 든 두 여성…대법원장과 검찰총장

입력 2023-09-15 15:36  

네타냐후 '사법정비'에 반기 든 두 여성…대법원장과 검찰총장
이스라엘 사법정비 입법 위헌 심사 맡은 하윳 대법원장 "공익 위해 심리"
바하라브-미아라 검찰총장, 사법정비 지지 거부하며 우파연정과 '균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정이 사법부 권한 축소를 겨냥한 '사법 정비' 입법을 강행해 사회 대분열을 일으킨 가운데 이를 저지하려는 싸움에 앞장서게 된 두 여성 법조인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우파 연정의 사법정비 입법을 위헌 심사하는 에스더 하윳 대법원장, 그리고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와 균열을 일으킨 갈리 바하라브-미아라 검찰총장을 "이스라엘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인물들로 조명했다.
하윳 대법원장은 지난 12일 사법정비 입법을 무효화해 달라는 위헌 심사 청구 사건을 놓고 13시간에 걸친 마라톤 심리에 나섰다.
대법관 15명 전원이 단일 사건 심리를 위해 한데 모인 것은 이스라엘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주요 방송사들은 정규 프로그램을 결방하고 이 심리를 중계할 만큼 이스라엘인들은 이번 일을 민주주의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사건으로 여기고 있다.
이번 위헌 심사는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입법의 옳고 그름을 판사들이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서 복잡미묘한 상황이다.
사법정비안의 주 설계자인 야리브 레빈 법무장관은 이번 심리가 진행된다는 것 자체를 맹비난했다. 의회 헌법법률사법위원장인 극우파 심차 로트먼 의원은 "사법 과두정"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하윳 대법원장은 "우리는 우리 자신의 권력이나 지위가 아닌 공익을 다루는 것이므로 대중을 보호하는 데 있어 우리의 손은 묶이지 않았다"고 응수했다.
하윳 대법원장이 한 달 후면 법관 정년인 70세가 되는 만큼 후임자에게 이 사건을 넘길 수도 있었겠지만,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해석했다.
군악대에서 복무를 마친 하윳 대법원장은 변호사로 성공을 거두다가 36세에 판사가 됐고 13년 뒤 대법원에 입성했다.
그의 법정에서 변론을 자주 맡았던 한 변호사는 "딱 프로답다"며 "준비 부족인 변호사들을 몰아붙일 때는 가차 없지만, 원고들에게는 인정이 많다"고 전했다.

하윳 대법원장은 정치적 꼬리표를 달거나 좌파와 우파 어느 쪽에든 연계되지 않으려 애를 써온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이번 사법정비 사태에 대한 하윳 대법원장의 격렬한 반응에 놀라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를 잘 아는 한 법률학자는 "하윳은 운동가는 아니지만, 민주주의 체계에서 법원의 역할에 깊이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서 그의 최대 '동맹'으로 꼽히는 바하라브-미아라 검찰총장은 지난해 중도 성향의 이전 정부에서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인물이다.
30년간 공직에 몸담은 바하라브-미아라 총장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낸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검찰총장은 정부 법률 자문을 비롯해 광범위하고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하는데, 그는 지난 정부에서 사전 내각 소집 없이도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부 편의성을 고려한 결정을 지지한 바 있다.
그랬던 그가 현 정부의 사법정비에는 지지를 거부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민간 변호인을 고용하기는 했으나 바하라브-미아라 총장도 정부를 상대로 한 심리에 대응해야 하는 입장이다. 통상 검찰총장은 정부를 방어하는 쪽임에도 바하라브-미아라 총장은 반대편에 선 것이다.
그는 사법정비 관련법에 대해 "정부의 극단적인 비합리로 피해를 본 개인과 집단에 법원의 문이 닫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에서 정부와 검찰총장 사이에 이견이 생기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지만 보통 조용히 처리되는데, 바하라브-미아라 총장이 연정의 사법정비에 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 벌어진 균열은 전례 없는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이에 일부 장관들은 바하라브-미아라 총장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시위대는 이 두 여성 법조인의 모습을 담은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반대로 정부를 옹호하는 피켓에도 하윳 대법원장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코노미스트는 "하윳 대법원장과 바하라브-미아라 총장은 정치 무대에 원치 않게 발을 들이게 됐다"고 평가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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