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모바일 게임업체에 6조6천억원 투자…무함마드 왕세자의 산업 다각화 일환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한때 비디오게임을 금지하기도 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게임산업 육성을 위해 400억달러(약 53조360억원)를 쏟아붓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에 따르면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는 최근 미국 모바일 게임 업체 스코플리에 50억달러(약 6조6천295억원)를 투자했으며 닌텐도와 일렉트로닉 아츠(EA)의 지분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사우디는 또한 게임산업 육성을 위해 높은 연봉을 앞세워 서방의 고급 기술 인력도 끌어모으고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는 사우디 e스포츠협회(SEF) 주관으로 세계 최대 e스포츠 대회인 '게이머스8'(Gamers8)을 매년 리야드에서 열고 있다.
과거 사우디가 이슬람 교리와 어긋나는 다신교와 관련된다며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를 금지했던 상황과 대비된다.
사우디의 게임산업 육성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산업 다각화 노력의 일환이다.
동시에 오랜 기간 사우디 국민의 삶을 규정했던 극보수적인 이슬람 문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민족주의와 정체성을 고양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버나드 헤이켈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분석했다.
2017년 왕세자 자리에 오른 사우디의 실권자 무하마드 왕세자는 '비전 2030'으로 알려진 경제 다각화 계획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PIF는 국제적인 기술기업의 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였으며 관광에서 군수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거대한 신도시들도 건설하고 있지만 게임산업에 대한 PIF의 투자 규모가 사우디의 보건 예산보다도 많을 정도로 게임산업에 대한 육성 의지는 단연 주목할 만한 수준이다.
이런 움직임은 게임을 즐기고 세속화 경향이 있는 사우디 젊은 세대와도 맞아떨어지고 있다.
사우디 인구의 60% 이상이 30대 이하이며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이나 해외 유학을 통해 세속적이고 국제적인 추세와 연결되어 있다.
게임산업 자문 업체인 니코 파트너스에 따르면 사우디 국민의 근 70%가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매년 게임에 10억달러(약 1조3천259억원)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게이머스8에 선수로 참가한 마제드 알라시드는 게임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우디는 해외 전문가 영입과 자국의 젊은 세대에 대한 교육을 통해 게임산업의 토대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사우디적인 정서를 담은 게임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게임 개발자인 압둘라 알사나는 서방의 게임에서 아랍 캐릭터들은 통상 악당으로 묘사된다면서 사우디 문화를 담은 게임을 통해 사우디 문화를 세계에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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