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는 15일 우리 경제 둔화 흐름이 완화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서 "국제유가 상승 및 계절적 요인에 따른 변동성은 있지만, 경기 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경기 둔화 지속'에서 '경기 둔화 완화'로 표현을 바꾼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같은 취지의 진단을 정부가 내놓은 것이다. 이런 판단의 근거로 정부는 물가 상승세 둔화 기조와 수출 부진 완화 등을 꼽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로 7월(2.3%)에 비해 상승 폭이 커졌지만, 전반적인 둔화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8.4% 감소했는데 감소 폭은 지난 7월(16.5%)에 비해 둔화한 양상을 보였다. 이번 경기 진단은 다소간 회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데 경제 둔화 흐름이 지속 완화할지 단언하기는 일러 보인다. 우리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대내외적 불안 요소들이 여전히 산재해 있는 게 현실이다.
물가와 경기 동향 등 경제 전반에 걸쳐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관리해야 할 때다. 한국은행은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2%)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시간 지속하면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와 관련해 한은은 오름세 둔화 흐름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유가는 고공행진을 지속한다. 14일(현지시간) 해외 거래소에 따르면 원유 수급 불안으로 브렌트유에 이어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도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건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15일 기준 전날 대비 소폭 오른 1,325.9원을 기록했다.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지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지속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한 상황인데 여기에다 국내 공공요금 인상 등과 관련해서도 불안 요인은 여전하다.
한은은 대중국 수출 부진 등에 따른 성장세 회복 지연 가능성도 거론했다. 중국의 중간재 수입 수요가 감소하고 최종재 시장에서도 한중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중 수출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가계 구매력 약화 등으로 경기 회복 흐름이 더뎌질 수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우리 경제·금융시장 위기의 뇌관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8월 말 기준 1천75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9천억원 늘었다. 잔액 기준으로 지난달에 이어 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은 분석에 근거하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작년 말 기준 105.0%)은 부채가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확대되는 임계치(80∼100%)를 웃돌고 있다. 고금리에다 물가 부담 상승, 대내외 경기 회복 제약 요인 등이 중첩되는 상황에 부닥쳐 있는 셈이다. 민생 경제와 경기 동향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데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특단의 혁신 대책도 고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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