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수사요청 대상에 김현미 전 장관 등 국토부 5명 포함
국토부, 부동산 통계 작성 제도 개선 검토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박초롱 기자 = 감사원이 15일 문재인 정부에서 수년간 집값 통계 조작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고 전 정부 고위직 등 22명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자 국토교통부 내부엔 '올 것이 왔다'는 침통한 분위기가 흘렀다.
전체 수사요청 대상 중 국토부 전·현직 공무원은 김현미 전 장관과 청와대 파견자 2명을 포함해 5명이다.
◇ 국토부, 공식 입장 내진 않아…내부적으로 '침통'
국토부는 이날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감사원 발표에 앞서 관련 업무를 맡았던 국·실장급 고위 공무원들을 인사 조처했다. '주택 라인' 핵심으로 꼽히며 현 정부에서도 주요 정책을 담당했던 이들이다.
이러다 보니 내부 동요가 만만치 않다.
한 국토부 공무원은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가 고초를 겪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 어떤 공무원이 나서서 일하려 하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토부와 함께 감사 대상이던 한국부동산원도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고 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 국토부 실무자들 "시장 동향 파악 위한 업무였다"
국토부 실무자들은 통계 조작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통상적 업무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공무원들은 감사원 조사 때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소위 '튀는 통계'를 보정하는 작업 등을 진행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원을 압박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부동산시장 동향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므로 관행적으로 여러 자료와 설명을 부동산원에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통계치가 낮아지는 일이 생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국토부→부동산원'으로 이어지는 지시 체계 아래 청와대가 1만큼을 요구하면 국토부가 5를 수행하고, 부동산원은 10을 결과로 내는 구조가 통계 조작 의혹을 불렀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감사원 감사는 1년 가까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9월부터 국토부와 부동산 통계작성 기관인 한국부동산원 실무자들을 상대로 통계 작성 과정을 조사하고, 올해 2월께부터는 특별조사국을 투입해 조사를 새로 시작하다시피 했다. 감사원 특별조사국은 검찰의 특수부와 같은 핵심 조직으로 꼽힌다.
지난 7∼8월에는 국토부 책임자급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김상조·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불러 대면 조사를 벌였다.
감사원은 퇴직자를 포함해 국토부 공무원 20여명을 소환 조사하고, 부동산원에서는 100여명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국토부, 부동산 통계 제도 개선 검토…'통계 방화벽' 논의도
국토부는 부동산 통계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부동산원의 통계 작성이 독립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방화벽을 쳐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부동산원이 국토부에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작성을 위탁받은 것은 2013년이다. 그전까지는 국내에서 첫 주택통계 작성을 시작한 KB국민은행 통계를 국가 승인통계로 활용했다.
부동산원은 주간·월간 조사로 통계를 작성했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6월부터는 청와대 지시에 따라 주 3회(주중치·속보치·확정치)를 만들어 보고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참모와 장관 등을 지낸 인사들이 주축이 돼 정책을 연구하는 포럼인 '사의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부동산 주간 동향 통계를 추가로 받아본 것, 관계 기관에 급격한 통계 수치 변동의 설명을 요청한 것 등 감사원이 문제 삼은 모든 사안은 시장 상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었다"면서 감사 결과를 반박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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