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환영 속 EU 단일전선에 불협화음 부각
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는 계속 자체적 금지
(브뤼셀·서울=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노재현 기자 = 유럽연합(EU)이 동유럽 5개국 시장 보호를 위해 적용했던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직접 수입 금지' 조처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는 자체적으로 수입 금지 조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 EU와 갈등이 예상된다.
EU 집행위원회는 15일(현지시간)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16일부터는 모든 수입 제한 조처가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부터 불가리아,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5개국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직접 수입을 금지하기로 한 지 약 넉 달 만이다.
집행위는 해당 조처 시행 이후 5개국의 시장 왜곡 현상이 사라졌다며 이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EU는 추후 우크라이나산 곡물 유입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측에서 30일 이내에 수출 허가 시스템을 비롯한 법적 대비 조처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앞서 EU는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로가 전쟁으로 사실상 봉쇄되자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폴란드 등 EU 동유럽 국가를 경유해 아프리카, 중동 등으로 수출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러나 당초 계획과 달리 경유보다는 동유럽 시장에 직접 유입되는 물량이 급증했고, 이로 인해 각국 시장 가격이 폭락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이에 EU는 5개국을 통한 우크라이나산 경유만 허용하되 직접 수입은 한시적으로 금지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일단 EU가 이날부로 종료되는 수입 금지 조처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한시름 놓은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에 올린 메시지에서 EU의 이번 결정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EU의 진정한 통합과 신뢰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유럽은 규칙과 합의를 이행할 때 항상 승리한다"며 환영했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도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EU의 합법적이고 공정한 조처가 세계 식량 안보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EU의 이 같은 결정에도 폴란드와 헝가리, 슬로바키아는 자체적으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금지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수입 금지가 폴란드 농민들에게 이익이기 때문에 이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dpa 통신이 전했다.
총선을 앞두고 민심 이탈을 우려하고 있는 폴란드의 경우 EU가 수입 금지를 연장하지 않으면 자체적으로라도 시행하겠다 밝혀 왔다.
헝가리의 이스트반 나기 농업부 장관도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의 24개 농산품에 대해 수입을 금지할 것"이라면서 "이는 헝가리 농민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수입 금지 품목에는 곡물, 채소, 육류제품, 벌꿀 등이 포함됐다.
슬로바키아 역시 자체적으로 우크라이나 곡물 수입 금지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고 현지 마르키자 TV가 농업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의 반발 때문에 EU 내 균열이 다시 부각된다는 관측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부 최전방인 폴란드는 작년 2월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온 확고한 우방이다.
그러나 양국은 각각 농업계 보호와 관련한 곡물 수출입 문제에서는 여전히 갈등을 풀지 못하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밤 동영상 메시지에서 폴란드 등 3개국의 결정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문명화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와 폴란드 등 3개국의 이견 때문에 EU 내 긴장이 재점화했고 특히 이웃국가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의 사이가 틀어졌다고 분석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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