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줄어들 것"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글로벌 금융서비스 업체 S&P글로벌의 라지브 비스와스 아시아태평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7일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며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글로벌 긴축 기조가 점차 완화하면서 한국의 성장률도 내년에는 2.3% 수준으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비스와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서울 여의도에서 연합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이유는 한국은행의 긴축 정책으로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이 이뤄진 데 따라 부동산 등 경제 영역에서 둔화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과 중국, 서유럽 등의 전기·전자제품 수요가 줄어든 것도 큰 요인"이라며 "전자제품 수출은 한국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글로벌 수요가 줄면서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정책을 따라 내년 상반기께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현재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하지 않고 있어 연준도 긴축 완화에 조심스러운 입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적어도 올해 안에는 기준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인플레이션 지표에 달린 것이지만, 연준은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차례씩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슷한 상황에 놓인 한은 역시 내년 상반기를 포함해 두 차례 인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으로선 고공행진 중인 유가가 통화 정책 완화를 가로막고 있지만, 유가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됐다.
그는 "지난해 유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영향으로 상승했다가 올해 상반기 하락했고, 하반기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유 감산으로 재차 오르고 있다"면서도 "상승 폭이 급격하지는 않다"고 짚었다.
이어 "지난해 유가가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에 지금 오른다고 해도 작년 수준만큼은 아닐 것"이라며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역시 작년만큼 크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올해 유가는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평균 82달러, 내년에는 83달러 정도로 예상한다"며 "당장은 유가가 중요한 요소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수소에너지 등 에너지 전환이 일어나면서 유가 취약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중국경제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주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의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이를 어느 정도 상쇄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5%로, 높아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더딘 수준"이라며 "지난해는 셧다운 등 코로나19 정책으로 3%의 성장률에 그쳤는데, 이렇게 낮은 성장률을 보인 이후에는 일반적으로 크게 반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지 못하다 보니 올해 상반기 한국의 대중 수출 규모는 지난해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며 "이는 대체로 반도체 수출 규모가 줄고 반도체 가격 자체가 떨어진 데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중국도 자체 반도체 생산 능력을 키우고 있어 한국은 향후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고, 대중 수출도 감소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이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겪고 있어 향후 경제 성장 속도가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점도 한국 경제에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전자제품 등과 관련된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어 한국은 수출 시장을 다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향후 한국의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국가로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꼽혔다.
앞서 S&P글로벌은 향후 10년간 전 세계 GDP 증가분의 55%가 인도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발생하고, 인도는 2030년까지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비스와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도의 총소비지출은 지난해 2조2천억달러에서 올해 4조7천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는 등 소비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인도는 한국의 수출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은 이미 인도에서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인도에서 자동차 등 제품을 제조한다는 것은 인도로 수출되는 한국 기업들의 부품 물량도 늘어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는 이미 동남아 지역 GDP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고, 필리핀과 베트남도 향후 10년간 급격하게 성장할 것"이라며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할 때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본다면 중동 시장, 특히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 튀르키예 등에서 또 다른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yd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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