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발탁한 국방장관 등 몰락, 책임 회피 어려워져"

입력 2023-09-17 04:07  

"시진핑이 발탁한 국방장관 등 몰락, 책임 회피 어려워져"
FT 분석…이코노미스트지 "시, 판단·인사 검증 능력에 의문"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중국 리상푸 국방부장(국방장관) 등 고위직의 잇따른 몰락에 관해 시진핑 국가 주석이 책임을 회피하기가 예전보다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리상푸 부장과 친강 전 외교부장은 모두 시진핑 주석이 발탁했다는 점이 예전에 고위 인사들이 제거됐을 때와는 다르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원의 알프레드 우 교수는 FT에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중요한 두 부장이 아무런 정보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국방·외교부장과 중국군의 핵심인 로켓군 장성들의 실종과 해임은 시 주석의 판단 능력이나 인사 검증 능력에 의문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모두 시 주석이 임명을 승인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앙군사위원회 기율감찰위원회는 7월 로켓군 사령관인 리위차오 상장과 로켓군 정치위원 쉬중보를 갑자기 해임했다.
9월에는 인민해방군 군사법원장 청둥팡 소장이 8개월 만에 해임된 일도 주목을 크게 받진 않았지만 역시 특이한 일로 여겨졌다고 이코노미스트지가 전했다.
리 부장은 올해 3월 외교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 인민해방군 얼굴 역할을 하는 국방부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장 재임 당시인 2018년 러시아 무기를 불법 구매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었다.
미국 관리들은 리 부장이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고 FT가 전했다.
이코노미스트지도 리 부장 등 장군 4명이 모두 로켓군과 관련돼있는데, 로켓군은 최근 몇 년간 군 예산에서 비중이 확대됐으며, 대규모 군사비 지출 계획이 있을 때는 종종 횡령, 뇌물 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후임이 해군과 공군 출신이란 점은 시 주석이 군내 네트워크를 해체하려고 노력 중임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리 부장의 경우 부패가 많은 군수품 조달사업의 책임자였던 점이 배경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관해 미국의 한 관리는 중앙군사위원회가 7월에 군수품 부패 조사를 발표했는데 당시 수사에서 리 부장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회의적인 의견을 냈다고 FT가 전했다.
미국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의 라일 모리스 연구원은 FT에 중국에는 고위 간부 인사 검증을 하는 대규모 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일은 시 주석에게 당황스러운 상황이고 중국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는 그의 힘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경제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충성심을 높이기 위해 이런 방식을 이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중국 전문가 유핑을 인용해서 FT가 전했다.
우 교수는 이런 숙청이 더 정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의 현재 문제는 대만을 둘러싸고 미국을 상대할 수 있도록 깨끗한 군을 만드는 데 있어서 시 주석이 기대한 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시 주석의 권위에 조직적으로 도전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군의 혼란은 통치 능력에 대한 의심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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