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첩보 '그림자 전쟁'…"냉전시대 미·소 갈등보다 광범위"

입력 2023-09-18 14:38  

미중, 첩보 '그림자 전쟁'…"냉전시대 미·소 갈등보다 광범위"
AI 경쟁·해외협정 강화…상대국 리더십 의중·군사역량 파악 집중
대만 문제 뇌관…"전쟁 서곡은 아냐, 무력충돌 대체 효과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양국 첩보활동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상대국 지도자의 의중을 파악하고 군사 역량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대담한 행동에 나서고 있다는 것인데, 그 수준이 과거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 간 갈등보다 광범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미중이 상대국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첩보 그림자 전쟁(shadow war)에 과감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장기적으로 중국이 가장 큰 경쟁국이 될 것이라고 보고, 특히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중국의 군사·기술 분야의 부상을 억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에서 정보활동이 두드러진다. 지난 2월 미국 본토 영공을 침범한 중국 정찰풍선은 양국 간 첩보 전쟁의 단면이다.
정보활동에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상대국 지도자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이다.
NYT는 시 주석의 결정과 의도가 미 정보기관에 가장 중요한 정보이자 어려운 목표라고 전했다. 미국은 현재 리상푸 국방부장이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이유와 친강 외교부장이 해임된 이유를 조사하고 있다. 미국의 외교와 정책은 이러한 움직임의 동기를 아는 데 달려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CIA는 중국 전문가 채용을 늘리고 중국 관련 활동 예산을 늘리고 관련 센터를 신설했다. 일부 미 관료들은 이 같은 노력이 시 주석의 권위주의적인 통치 스타일에 불만을 품은 엘리트 등 중국인을 모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 방첩 태스크포스(TF)는 미국 내 중국 스파이 모집 활동에 대한 조사를 강화했다.
최근 1년간 확인된 중국인의 미 군사기지 침입사례는 12건에 이른다.
CIA와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은 최근 중국 첩보활동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미국의 중국 정보원 네트워크는 10년 전 신원이 노출되면서 상당수 제거됐다. 이후 중국은 전자 감시망을 확대했고, 미 스파이의 얼굴을 인식하고 걸음걸이까지 감지할 수 있는 AI 소프트웨어까지 보유하고 있다.
중국 정보기관 역시 미 지도자들의 의도를 파악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전 중국 정보 분석가인 데니스 와일더 조지타운대 선임연구원은 말했다.
지난 7월 공개된 미 법무부 기소내용에 따르면 중국 정부와 연계된 사업가들이 2016년 미 대선 직후 도널드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회의 안보 참모를 지낸 제임스 울시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포섭하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해 주중 미국 대사와 미 상무부 장관, 국무부 고위 외교관의 이메일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상대국의 의도에 관한 실제 정보가 부재한 상황에서 양국은 군사역량에 대한 정보 수집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군사기지에 대한 공중 감시를 강화했고, 중국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와 비밀 훈련 제공 여부를 파악하려 하는 한편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 간의 군사협력 강화 내용을 알아내려 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은 또 다른 전장이다. 군사·경제적 우위를 유지하는 데뿐만 아니라 정보기관에도 중요한 기술이라 경쟁이 치열하다.
미 정부는 AI 경쟁에서 주도권을 갖는 것이 중국에 수적으로 열세인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AI 기술을 이용해 미 잠수함을 찾아내는 등 군사력에 맞서고 우주 지배권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는 게 미 관료들의 시각이다.
미국은 특히 인적 정보를 활용한 중국의 정보수집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방첩 기관인 국가안전부는 링크트인 등 SNS를 활용해 미 정부 기관, 기술기업, 방산업체 등 곳곳에서 정보 요원을 모집, 배치하려 한다고 미 관료들은 전했다.
이에 대응해 미 정부는 내부 추적 활동을 개시, 확대했다. FBI 56개 현장사무소 모두 중국의 정보 위협을 조사 중이다. 이들 사무소는 중국의 정보 위협에 초점을 둔 방첩·사이버 TF를 두고 있다.
중국 역시 방첩을 강화했다. 지난 7월 반(反)간첩법을 강화했고, 8월엔 '모든 사회 구성원'은 외국 간첩 퇴치에 동참해야 한다며 정보를 제공하는 이들에겐 사례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국제 협정도 정보전쟁의 한 전선이다. 외국 정부와 정보공유 협정을 맺고 미국과 중국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초소를 만드는 것이다. 브뤼셀, 아부다비, 싱가포르 등지에서 미·중은 해외 관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적절한 정보 자산을 모집하려 한다.

대만 문제는 양국 간 가장 첨예한 이슈다. 전문가들은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큰 뇌관으로 본다.
시 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을 공격할 준비를 끝낼 것을 군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과 동맹국은 시 주석이 대만 침공을 지시할 의향이 있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는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정말 대만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가 정보활동의 핵심이 될 것으로 NYT는 내다봤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이 같은 미·중 간 정보 갈등은 냉전 시기 미·소련 사이에 벌어진 갈등보다 훨씬 광범위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정보 수집 경쟁 자체가 전쟁의 서곡은 아니라고 NYT는 전했다. 냉전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무력 충돌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중국이 대만 문제로 전쟁을 원하지는 않는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헤인스 국장은 지난 3월 의회에서 "중국은 긴장 고조를 막고 미국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여전히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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