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봤으면 더 좋아했을텐데…생전에 정말 노력했다"

입력 2023-09-19 12:48   수정 2023-09-19 14:57

"이건희 회장이 봤으면 더 좋아했을텐데…생전에 정말 노력했다"
홍라희 전 관장, 삼성 안내견사업 30주년 기념식에 이재용 회장과 참석
이재용, 자원봉사자 사연에 눈시울 붉혀…김예지 의원에 "조이는 어딨나요"

(용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안내견 사업 30주년 기념식에 어머니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함께 자리했다.
홍 전 관장이 외부에 공개된 회사 공식 행사에 참석한 것은 2017년 관장직을 내려놓은 이후 처음이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퍼피워커'들이 들려주는 강아지와의 에피소드에 환하게 웃으며 수차례 격려와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퍼피워커는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이 될 강아지를 생후 7주부터 1년 동안 자신의 집에서 돌봐주는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안내견의 사회화' 과정인 퍼피워킹을 마치고 안내견으로 새 출발하는 강아지와 이별하게 된 퍼피워커들이 소감을 얘기하며 눈물짓는 모습에 이 회장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홍 전 관장도 때때로 옆에 자리한 안내견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 회장과 홍 전 관장은 '시각장애 피아니스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시각장애인 파트너 4명의 축하 공연을 보면서 리듬에 맞춰 몸을 가볍게 흔들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날 행사를 마친 뒤 기자와 만나 "(홍라희 전 관장이) '회장님(고 이건희 회장)이 보셨으면 더 좋아하셨을 거다. 생전에 굉장히 노력했고 지원에 대해 정말 관심이 많았던 부분이라 지금 30주년이 굉장히 감명 깊었을 거다'라고 했다"고 홍 전 관장과의 대화를 전했다.
이재용 회장은 김 의원에게 "감사하다"며 뿌듯함을 나타냈다고 한다. 또 김 의원에게 "'조이'는 지금 어디있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조이'는 김 의원의 안내견이다. 이날은 행사장에 다른 안내견이 많아 같이 오지 않았다.
김 의원은 "조이가 일은 안 하고 매일 사랑재 가서 논다고 하고 가벼운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과 정해린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사장,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장, 김완표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최영무 삼성사회공헌업무총괄 사장 등 삼성 사장단도 대거 출동했다.
삼성 안내견사업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념으로 시작됐다.
윌리엄 손튼 세계안내견협회(IGDF) 회장은 이날 축사에서 "고 이건희 회장은 안내견 문화를 고취시키고 세계적인 안내견 운동에 기업이 운영하는 안내견의 개념을 가능하게 했다"며 "특별히 오늘 이 자리에 이재용 회장이 참석하고 있는데 삼성 안내견 학교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주심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국제 인증을 받은 국내 유일의 안내견 양성 기관으로, 전세계 안내견 학교 중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이건희 회장은 미발간 에세이 '작은 것들과의 대화'에서 "1993년 안내견 사업을 시작했지만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며 "불모지에 꽃을 피워야 하는 일이었으므로 준비해야 할 것이 생각보다 많았다"고 회고했다.
'작은 것들과의 대화'는 이건희 회장의 안내견 사업에 대한 철학과 신념, 사업 목표, 사업 이후 어려움과 성과에 대한 소회를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정리한 에세이로, 발간은 되지 않았다.
안내견 사업 시작 당시 삼성은 안내견 우점종(안내견으로 가장 많이 길러지는 견종)인 리트리버를 1마리도 갖고 있지 않았고, 우여곡절 끝에 사업을 본격화하는 데 1년여의 준비 과정이 필요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유럽과 미국의 선진 안내견학교를 찾아 '클리커훈련법' 등을 배우고 안내견 훈련 프로그램을 체계화했다.
1996년에는 초등학교 3학년 읽기 교과서에 안내견 설명 내용이 실렸고, 1998년에는 안내견의 편의시설 접근권을 보장하는 개정 장애인복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2008년 대만 핑둥과학기술대학을 시작으로 일본 간사이맹도견협회, 홍콩맹도견협회 등에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를 잇달아 방문해 안내견 양성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안내견학교에서는 연평균 훈련사 6명이 매년 평균 250일(주말·공휴일 제외)을 훈련하고 있다. 각 훈련사는 하루 약 4시간(오전 2시간·오후 2시간) 예비 안내견과 보행 훈련을 한다.
평균 시속 4.5∼5㎞의 느린 보폭을 가정해도 안내견과 훈련사가 함께 매일 최소 18㎞를 걷는 셈이다. 이를 환산하면 약 81만㎞가 된다.



'퍼피워킹' 봉사 참여 가정은 현재까지 총 1천여 가구에 이르며, 현재 퍼피워킹을 신청하면 2년 가량 대기해야 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은퇴한 안내견을 입양해 노후를 함께 하는 자원봉사 가정, 미래의 안내견을 낳는 번식견을 평생 돌보는 봉사 가정을 더하면 30년간 총 2천여 가구에서 안내견 봉사에 참여해왔다.
안내견학교의 견사 관리를 지원하는 자원봉사자도 현재 300여명이다.
이건희 회장은 에세이에서 "한 마리 안내견이 성장하기까지 수천만, 수억원의 돈으로도 결코 헤아릴 수 없는 애정의 크기로 퍼피워킹을 해 주는 자원 봉사자들의 숨은 노력이 있다"며 "그 노력을 먹고 자라는 한 송이 국화, 그게 안내견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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