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한정, 美와 잇단 회담에 왕이는 러도 방문 …시진핑, 푸틴·바이든과 차례로 정상회담 가능성
왕이 "독립·자주 외교"…러와 관계유지 동시에 '경제둔화 탈출' 위해 美와 관계개선 의지 해석도
(베이징·서울=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홍제성 기자 = 최근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활발한 '전방위 외교' 행보에 나서면서 그 속내와 셈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외교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의 행보가 상징적이다.
왕 부장은 최근 몰타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12시간 '마라톤 회담'을 했다.
미중 양국은 이후 두 사람이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고 밝히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11월 회담 전망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고위급 교류를 유지하는 데 동의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시화 단계는 아니지만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참석할 가능성과 이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짐작게 한다.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도 18일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뉴욕에서 별도의 회담을 했다.
회담에서는 "솔직하고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졌으며, (양측은) 소통 창구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미 국무부는 전했다.
미국은 올해 들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 특사,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장관급 고위 인사 4명을 중국에 보내는 등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였고, 중국 역시 시진핑 주석이 블링컨 장관을 만나는 등 미중 관계를 중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왕 주임은 설리번 보좌관과 회담 직후 곧바로 러시아로 날아갔다.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머리를 맞댄 왕 주임은 중러 협력이 제3자에 의해 간섭받지도 좌우되지도 않는다는 메시지를 피력했다.
왕 주임은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독립·자주의 외교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양국의 협력은 제3자를 겨냥한 것이 아니고, 제3자의 간섭을 받지도 않으며, 제3자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러 협력을 통해 미국의 견제와 포위망에 공동 대응해 나가겠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내 정상회담 가능성도 조금 더 커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올해 3월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중요한 회담을 했고, 러중 관계의 미래를 위한 방향을 명확히 했다"면서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이를 지침으로 삼아 양국의 다음 고위급 왕래를 잘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중러 협력' 기조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주목되는 것은 왕 주임이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독립·자주의 외교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는 메시지도 밝혔다는 점이다.
필요한 부문에서는 양국이 협력하겠지만 국익을 최우선하는 실리외교도 놓치지 않겠다는 함의가 담겼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신냉전 구도의 국제정세 속에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러시아가 총력을 기울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며 거리를 둬 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서는 북한 등 극소수 국가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가 러시아의 반대편에 선 상황에서 러시아 때문에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중국이 "북러 사이의 일"이라는 원칙적인 입장만을 강조하며 거리를 둬 온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통일연구원의 현승수 연구위원은 최근 펴낸 '북러 정상회담 평가와 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이 북·러 간 군사 협력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며 "중국의 입장에서 북·러의 군사적 밀착은 미·중 갈등을 더욱 어렵게 하며, 한·미·일 안보 협력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러시아와는 미국에 대해 비판·견제의 목소리를 함께 내면서도, 미국과 관계 개선에도 공을 들이는 중국의 행보에는 올해 들어 특히 심각해진 경제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올 걸로 보인다.
중국은 올해 들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기력이 떨어진 경제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달러화 패권을 쥔 채 중국을 상대로 첨단 기술 접근을 막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는 미국과 관계 개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명분은 명분대로, 실리는 실리대로 챙기겠다는 중국의 외교 행보는 오는 10월에 성사될 가능성이 큰 시진핑 주석-푸틴 대통령간 정상회담과, 11월 개최 가능성이 점쳐지는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간 정상회담 등을 통해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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