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 일본 전역으로 확대…"치매 이해하는 계기 되길"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치매 노인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카페가 주목받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쿄 서부 교외 지역 센가와에 있는 카페 '오렌지 데이 센가와'는 한 달에 한 번 한번 '느린 카페'로 변한다.
나이 지긋한 직원들은 주문서를 잊어버리고 메뉴를 잘못된 테이블에 전달하기 일쑤다. 주문한 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16분을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곳을 찾은 손님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치매 노인이 서빙을 맡는 날이라는 걸 알아서다.
이 카페 주인은 얼마 전 가게를 인수한 뒤부터 센가와 당국과 손잡고 지역 내 치매 노인을 꾸준히 연계 받고 있다.
일본은 2006년 인구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지금은 인구 10명 중 3명이 65세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치매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국민 600만 명 이상이 치매를 앓고 있다고 추정했다. 2025년에는 그 수가 73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치매 환자가 병원이나 집에 고립되지 않고 정신적, 육체적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치매 카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했다. 치매 환자가 새로운 사람과 교류하고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병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WP는 설명했다.
치매 카페는 2017년 처음 도입된 뒤 일본 전역에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오렌지 데이 센가와에서 '일일 서빙'을 맡은 모리타 토시오(85) 씨는 "이곳이 즐겁다.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다시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2년 전부터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16살 딸과 함께 카페를 찾은 아리카와 토모미(48) 씨는 이곳에서 서빙하는 치매 노인을 보고 "아버지와 함께했던 순간이 떠올라 눈물이 날 뻔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아버지도 올해 초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4년간 치매를 앓았다고 한다.
카페 운영을 돕는 이와타 유이 씨는 "많은 (치매) 노인이 요양원이나 병원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중이 (치매에 대해) 더 잘 이해하면 이들이 외출하기도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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