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공관 통제 강화 움직임에 '홍콩의 중국화' 가속…한국총영사관 "서한 받아 내부 검토 중"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의 중국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가운데 중국이 홍콩 주재 각국 총영사관에 현지 고용 직원의 정보를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중국 본토와 같이 홍콩에 있는 모든 외국 영사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19일 홍콩 명보와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전날 중국 외교부의 홍콩 사무소인 주홍콩 특파원공서(이하 특파원공서)가 홍콩 주재 모든 외국 총영사관에 다음달 18일까지 현지 고용 직원들의 직함, 거주지, 직무 개시일, 국적, 신분증 번호, 여권 정보, 비자 정보와 신분증 사본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또 각 공관이 신규 직원을 고용할 경우에도 해당 직원의 개인 정보를 고용이 시작된 지 15일 내에 당국에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도 했다.
두 매체는 홍콩 정부가 특파원공서 요청으로 각국 총영사관에 보낸 서한을 입수해 이러한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서한이 유럽연합(EU) 대표 사무소를 포함해 홍콩 주재 모든 총영사관에 발송됐으나, 중국 측은 해당 정보 요구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해당 요구에 대해 특파원공서는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따른 것이라고 썼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주홍콩 한국총영사관도 연합뉴스에 "어제 저녁 해당 서한을 받았다"며 "현재 내용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홍콩은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홍콩과 관련한 외교 업무는 중국이 담당한다.
그러나 표면상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홍콩에서 중국 당국이 각국 영사관에 이같은 정보를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홍콩에는 63곳의 총영사관과 53곳의 명예영사관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홍콩 주재 외교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특파원공서가 이전에 이러한 정보를 요구한 적이 없다. 중국 본토에서만 한다"며 "중국이 점점 홍콩 주재 공관에 대한 대우를 중국 본토처럼 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외교관은 SCMP에 직원들의 개인 정보를 중국 측에 넘기는 것을 거부할 경우 현지 직원들이 어떤 일을 당할지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중국 측이 해당 요구의 정확한 목적을 설명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직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해당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앞서 지난해에는 홍콩 주재 각국 총영사관에 홍콩 내에서 사용 중인 모든 부동산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이 역시 처음 하는 요구로 홍콩 주재 외교 공관 건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파원공서는 지난 2월에는 주홍콩 미국 총영사를 초치해 '3개 레드라인'에 대해 경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특파원공서는 성명을 통해 류광위안 특파원이 그레그 메이 주홍콩 미국 총영사를 만나 "현지 문제에 간섭하는 그의 부적절한 말과 행동에 대해 엄숙히 항의하고 강한 반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홍콩 미국 총영사와 영사관 직원들에 대해 "중국의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트리지 말고, 홍콩에서 정치적 침투에 관여하지 말며, 홍콩의 발전 전망을 중상하거나 훼손하지 말라는 3개 레드라인을 그었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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