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무기화 우려·경제회복 둔화' 등 원인 지목…관영지는 "美 불황 전망 때문" 주장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보유량이 4개월 연속 줄어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6월보다 136억달러(약 18조원)가량 줄어든 8천218억달러(약 1천92조원)를 기록했다.
이로써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2009년 5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 됐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2000년부터 차츰 늘어 2014년 정점을 찍은 뒤 작년 4월 1조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올해 4월 8천689억달러(약 1천155조원)에서 5월 8천467억달러(약 1천126조원), 6월 8천354억달러(약 1천110조원)로 7월까지 4개월 내리 감소했다.
장기적인 추세를 보면 2022년 7월 3억2천만달러, 올해 3월 203억달러를 늘린 사례 정도를 빼고는 감소세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중국이 작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매각한 미 국채는 1천914억달러(약 115조원)이다.
2019년부터 세계 제1의 미 국채 보유국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일본은 작년 3월 이후 1천165억달러(약 155조원)의 보유량을 줄인 상태지만, 올해 초부터는 국채 보유량을 다시 늘리고 있다.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는 배경엔 미중 관계 악화와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꼽힌다.
특히 지난해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이 3천억달러 상당의 러시아 해외 자산을 동결하자 '달러 무기화'에 대한 중국의 위기감이 커진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위융딩은 지난달 발표한 글에서 "중국 보유 자산의 안보가 갈수록 지정학적 이슈가 되고 있다"고 썼다. 중국 중신증권(CITIC)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밍밍도 "미국은 적으로 간주되는 국가에 재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오히려 중국이 '디리스킹'(위험 제거)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등 서방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내 경제 회복 둔화와 위안화 약세 때문에 중국 당국이 미 국채를 팔고 위안화를 사들이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방에서 나온 '중국 위기설'에 최근 잇따라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중국 관영매체들은 중국의 국채 보유량 감소를 '미국 위기설'과 연관지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지속적인 미 국채 보유량 감축은 내년부터 미국 경제가 불황에 진입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반영한 (중국의) 장기 전략"이라며 "지정학적 긴장은 또 다른 요소"라고 한 둥샤오펑 중국인민대 충양금융연구원 고급연구원의 주장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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