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만 간척 반대 활동…정부 기관 "좌파 단체 선동 반복"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2주 넘게 자취를 감췄던 필리핀 여성 환경운동가들이 군에 의해 납치됐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AFP통신에 따르면 졸리나 카스트로(21)와 제드 타마노(22)는 전날 정부 기관인 '공산반군 퇴치 TF(태스크포스)'가 마련한 기자회견에 나와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마닐라만에서 진행 중인 간척 사업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이다가 지난 2일 갑자기 실종됐다.
이후 인권 단체들은 정부 기관에 의한 납치극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그러자 15일 국가안보위원회(NSC)와 경찰은 "카스트로 등 2명은 환경운동가가 아니며 좌파 단체에서 떠난 뒤 신변 보호를 요청해 안전가옥에 머물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전날 열린 기자 회견에서 카스트로 등은 정부 측 주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초 예상을 뒤엎고 군에 의해 억류됐었다고 발언했다.
카스트로는 "군인들이 밴을 이용해 우리를 납치했다"면서 "살해 협박 때문에 우리가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는 내용의 진술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타마노는 "다른 실종 사건들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산반군 퇴치 TF는 기자 회견이 끝난 뒤 곧바로 반박 성명을 냈다.
TF는 "이들이 좌파 단체들의 선동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필리핀은 환경 운동가 피살 및 납치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나라다.
국제 비영리기구(NGO) 글로벌 위트니스에 따르면 작년 한 해에만 환경운동가 11명이 살해됐다.
한편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창설한 공산반군 퇴치 TF는 반정부 인사들을 증거도 없이 공산주의 동조자로 몰아 탄압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후임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공산반군에 대응한다는 명목하에 TF를 계속해서 운영하고 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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