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지·냐마타·무람비·비세로 기념관…80만명 희생 기려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1994년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벌어진 대량 학살을 기념하는 유적지 4곳이 20일(현지시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됐다.
유네스코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르완다 기소지, 냐마타, 무람비, 비세로 기념관이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됐다고 밝혔다.
이 네 곳은 1994년 4월∼7월 르완다에서 벌어진 대량 학살을 기념하는 장소다.
르완다에서는 1994년 후투족 출신인 쥐베날 하비아리마나 대통령이 여객기 추락으로 사망하자, 대통령 경호부대가 소수파 투치족을 배후로 지목하고 투치족과 일부 온건파 후투족을 대거 학살해 약 80만 명이 희생됐다.
AFP 통신에 따르면 대학살 기념관 중 가장 규모가 큰 기소지의 키갈리 기념관에는 약 25만명의 희생자가 묻혀 있다. 냐마타의 옛 가톨릭교회, 무람비의 학교 단지, 1998년에 세워진 비세로 기념관에도 유해가 안치돼 있다.
이들 유적지에는 유해뿐 아니라 창이나 곤봉, 칼날이 달린 무기 등 후투족 극단주의 세력이 100일간 벌인 학살의 물증들도 공개돼 있다.
특히 세 곳에선 실제 학살이 일어나기도 했다.
냐마타에서는 교회에 피난 온 5만 명 이상이 하루 안에 모조리 학살당했고, 무람비에서는 안전을 보장한다는 구실로 기술학교로 피신하도록 권유받은 수만 명이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비세로에서도 후투족 극단주의자들의 학살이 자행됐다. 비세로에는 당시 이들에 맞서 싸운 투치족을 기리는 '저항 기념비'도 세워져 있다.
르완다 학살은 2004년 영화 '호텔 르완다'로도 다뤄져 널리 알려져 있다.
학살 주범들은 국제사회에서 지명 수배돼 있다가 그동안 차례로 검거됐다. 가장 최근인 지난 5월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가짜 신분으로 생활하던 풀전스 카이셰마가 체포됐다. 그는 1994년 4월 15일 르완다의 한 성당에서 남녀노소가 포함된 2천여 명의 투치족 난민 학살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카이셰마의 검거로 르완다국제형사재판소(ICTR)에 기소됐으나 아직 체포되지 않은 르완다 대학살 전범은 3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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