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수서∼동탄 GTX-A 열차로 17분에 주파…최대 속도 180㎞/h
원희룡 "승차감 생각보다 좋아…전문가들이 깐깐히 점검해 주길"
현대로템 연구소장 "직장인·학생들에 시간 돌려드릴 좋은 열차로"
(서울·화성=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막차 외에는 열차 운행이 모두 종료된 21일 오전 1시.
평소라면 적막할 서울 강남구 수서고속철도(SRT) 수서역 플랫폼에 SRT 열차가 아닌 처음 보는 열차 한 대가 불을 환히 밝힌 채 서 있었다.
매끈한 하늘색과 흰색 도장에, 한눈에도 새것 같은 열차 옆면에 'GTX-A' 로고가 보였다. 길이 20m가량의 열차 칸이 총 8량 이어진 이 열차는 내년 4월부터 순차적으로 개통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에 실제 투입될 차량이다.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은 이날 수서역과 화성 동탄역 사이 약 40㎞ 구간을 시운전 중인 GTX-A 열차에 처음으로 시승하는 기회를 얻었다.
이날 시승에는 원희룡 장관을 비롯한 국토부 공무원들과 SR 이종국 대표이사, 임종일 국가철도공단 부이사장과 열차 제작사인 현대로템 임직원 등이 참여했다.
시운전은 새로 도입하는 열차 차량이 설계대로 만들어졌는지, 실제 운행과 유사한 상황에서 안전하게 달리는지를 검증하는 절차다.
수서∼동탄 구간에서는 GTX-A 열차가 개통 이후 SRT와 선로를 함께 쓰게 되는데, 지난달 말부터 SRT가 운행을 마친 심야 시간을 활용해 일주일에 한 번씩 시운전하고 있다. 어느 정도 운행이 안정화된 이후인 다음 달 17일부터는 주간에도 시운전할 예정이다.
이날 탑승한 열차는 한 칸에 무게 1.5t가량의 물탱크 10여개씩을 싣고 있었다. 현대로템 이원상 레일솔루션연구소장(상무)은 "열차 정원인 1천62명(혼잡률 100%, 입석 포함)이 모두 탔을 때의 무게와 비슷하게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열차 내부는 신형 지하철과 같이 좌석 위에 짐을 싣는 칸이 따로 없었다. 좌석 사이사이에 철제 분리대가 있고, 좌석 폭이 일반 지하철보다 약 3㎝ 넓은 점이 특징이었다. 출입문도 일반 열차보다 넓은 130㎝ 폭의 '와이드타입 도어'를 국내 최초로 적용했다.
GTX-A 열차의 운행속도는 최대 시속 180㎞로, 지하철의 2배 수준이며 준고속열차인 ITX-청춘과 비슷하다. 출발역부터 도착역까지 정차·승하차 시간까지 포함해 계산한 평균 속도인 '표정(表定)속도'는 시속 101㎞로 지하철보다 3배 이상 빠르다.
GTX-A 열차가 한계까지 속도를 높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8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GTX-A 열차는 8량 중에서 4량이 추진력을 내는 '동력 분산식'이기에 다른 고속열차에 비해서도 가속이 굉장히 빠르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날 GTX-A 열차를 타는 내내 큰 흔들림이나 소음은 느끼지 못했다. 아무것도 잡지 않고 서 있는 데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였다. 최대 속도에 가깝게 가속할 때도, 터널을 지날 때도 소음과 진동이 특별히 심해지지는 않았다.
이원상 소장은 "출입문은 '리프팅 슬라이드' 방식을 사용해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했고, 창문도 고속철도와 같은 것을 적용해 소음과 진동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원 장관은 "속도를 올렸는데도 기존 지하철이 조금 빨리 달리는 정도일 뿐 특별히 불편하지 않았다"며 "승차감이 생각보다 잘 갖춰진 것 같아서 우선 마음은 놓이지만, 전문가분들이 시운전 동안 깐깐하게 점검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시운전을 통해 수서에서 동탄까지 쉼 없이 달리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7분. 성남·용인역이 개통되면 감속과 정차 시간 등이 더해져 28분이 소요된다. 이 소장은 "직장인들과 학생들에게 아침 시간을 돌려주고, 저녁에 가족들과 함께 식사할 시간을 드리는 좋은 열차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출고된 GTX-A 차량은 우선 오송 시험 선로에서 5천㎞의 예비 주행 시험을 마치고, 지난 4∼8월 중부내륙선에서 1단계 시운전을 거쳤다. 오는 12월까지 이어지는 2단계 시운전을 마치면 다시 내년 2월까지 3단계 시운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GTX-A 차량은 시운전 기준인 1만㎞의 3배인 3만㎞를 시험 주행할 예정이다. 무리하게 개통을 앞당기기보다는 안전과 기능 안정화에 최선을 다한다는 취지다.
이 소장은 "어제 자로 시험 주행 거리가 2만3천㎞를 넘었다"며 "과도하다 싶을 만큼의 시운전을 통해 더 안전하고 안정적인 열차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경기 파주 운정역에서 서울 삼성역을 거쳐 동탄역까지 82.1㎞ 구간을 잇는 GTX-A 노선은 내년 4월 수서∼동탄 구간을 먼저 개통하고, 하반기 운정∼서울역 구간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위탁받아 건설 중인 GTX-A 삼성역 정거장이 오는 2028년 완공되면 전 구간이 개통된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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