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징용해법' 결단에도 적극 조처 없던 기시다, 개최지 선정 2개월 전 尹에 '선물'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 민관이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총력 외교전을 벌이는 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산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해법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을 계기로 경색됐던 한일 관계가 빠르게 개선됐음에도 상응하는 일본 측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만큼, 이번 일본 측 '선물'로 한일 관계 정상화의 깊이가 더 심화할지 주목된다.
21일 교도통신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지난 10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계기로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에게 2030년 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하는 11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부산에 투표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5월 초순 한국을 찾았을 때 한국 국회의원들로부터 부산 엑스포 지지 요청을 받았으나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기시다 총리는 이후 5월 하순 일본 히로시마, 7월 중순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도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지만 부산 엑스포에 대한 지지 의사를 명확히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엑스포 개최지 투표를 2개월가량 앞둔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직접 '부산 지지' 의향을 전달함으로써 한국으로서는 뜻깊은 '원군'을 얻은 모양새가 됐다.
윤 대통령은 현재 유엔 총회 참석차 방문한 뉴욕에서도 기조연설 전후 30분 단위로 각국을 만나 엑스포 부산 유치 지지를 호소하는 등 각종 국제행사에서 유치에 총력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한일 관계는 올해 3월 한국의 징용 해법 발표로 급반전됐지만, 한국이 앞서서 주도하고 일본은 소극적으로 따라오는 듯한 양상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한국 정부가 발표한 징용 해법만 해도 일본 피고 기업을 대신해 한국 재단이 피해자에게 판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었으나, 일본 피고 기업은 사죄와 배상을 거부하고 양국 경제계가 창설한 기금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일본 정부도 과거사와 관련해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 기존 담화에 들어간 표현인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가 5월 방한 당시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일제강점기에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고통스럽고 슬픈 생각을 하게 된 데 대해 마음이 아프다"며 유감을 표명했으나, 크게 진전된 발언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이에 일부 일본 언론도 윤 대통령 대일 외교가 한국 내에서 비판받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기시다 총리가 방관만 하지 말고 한국 측 결단에 맞춰 더 적극적인 호응 조치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한국 정부가 강력히 원하는 '부산 엑스포 지지'라는 '선물'을 제시한 것은 일본의 행동을 촉구한 국내외 압박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도통신도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개최지 지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사례는 없다"며 "(일본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추진해 온 윤석열 정권의 바람에 응해 관계 발전에 박차를 가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짚었다.
기시다 총리가 일본에 부정적인 한국 내 여론을 돌리고,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부산 엑스포 지지'를 표명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