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서 쓸 일 없어, 학위수여 조건 안돼" vs "美언어 아닌 세계 공용어, 수준퇴보 우려"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 명문대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시안(西安)교통대가 학부생들의 학위 수여 조건에서 영어시험 성적을 제외한 것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21일 앙광망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시안교통대는 전날 낸 공고를 통해 "이번 학기부터 대학 영어나 사설 기관의 영어 자격시험 성적을 학위 수여 조건으로 삼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학영어 4급과 6급 자격시험은 각각 710점 만점에 425점 이상을 얻으면 자격증을 준다.
많은 대학이 일반 학과는 4급 자격증을, 영어 전공 등의 학과는 6급 자격증을 졸업 요건으로 삼고 있다.
시안교통대는 "관련 분야의 이론과 전문 지식 및 기술을 잘 습득하고, 과학 연구에 종사하거나 전문 기술을 수행할 예비 능력을 갖추면 학사 학위 수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두 등 중국 포털 사이트에서는 관련 해시태그가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누리꾼들이 시안교통대의 이번 결정에 큰 관심을 보였다.
현지 매체들은 이미 교육부가 2005년 영어 시험 성적은 학위 수여의 절대적인 조건이 아니라고 공표한 바 있으며 이후 난징 이공대 등 여러 대학이 영어 성적을 학부생들의 졸업 조건에서 제외했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시안교통대의 결정이 주목받는 것은 중국 명문대로는 처음으로 내린 조처이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미국 등 서방과 첨예한 갈등 속에 애국주의 정서가 높아진 상황에서 나온 조치란 점도 사회적 이슈가 된 것으로 보인다.
누리꾼들 반응은 갈렸다.
일부 누리꾼들은 "고등학교까지 배운 것만으로도 기본적인 영어 소양은 갖췄으며 필요한 사람은 알아서 더 공부하면 된다"며 "일상생활에서 쓸 일이 거의 없는 영어를 학위 수여 잣대로 삼을 필요는 없다"고 시안교통대 결정을 지지했다.
그러나 "영어는 영국과 미국의 언어가 아니라 세계 공용어"라며 "글로벌 시대에 영어 실력을 쌓지 않고는 학문을 탐구하거나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대학생들의 수준이 퇴보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현지 매체들도 "기업들의 중요한 채용 조건 가운데 하나가 영어 성적"이라며 "학위 수여와 무관하게 영어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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