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 방문 이틀째…우크라전·기후위기 거론하며 "영불 동맹 쇄신"
모친 엘리자베스 2세 이름 딴 꽃 시장·노트르담 대성당 복원 현장 방문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21일(현지시간) "국왕으로서 내게 주어진 시간 동안 영국과 프랑스 간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찰스 3세는 이날 오전 파리 상원에서 상·하원 의원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영국은 프랑스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자 가까운 친구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양국의 필수 불가결한 관계에 대한 저의 믿음은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라고도 말했다.
영국 국왕이 프랑스 상원 본회의장에서 연설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찰스 3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후 변화 위기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양국 간 협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 개시가 "우리 대륙에 대한 부당한 침략"이라고 규탄하고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승리하고 우리의 소중한 자유가 승리할 것이라는 걸 믿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당면한 가장 큰 도전으로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 자연의 치명적인 파괴"를 꼽으며 "미래 세대를 위해, 기후와 생물 다양성 비상사태에 더욱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영불 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가 함께하면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찰스 3세는 아울러 "지난해 어머니(엘리자베스 2세)께서 돌아가셨을 때 프랑스 전역에서 보내준 조의에 감동했다"며 "여왕께서 우리가 결단력, 희망, 사랑으로 양국 간 관계를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영감을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찰스 3세의 연설이 끝나자 의원들은 몇 분간 기립 박수를 보냈다.
찰스 3세는 이후 내년 파리 올림픽의 주 무대가 될 생드니 지역으로 이동해 스포츠 협회 관계자와 선수들을 만났다.
프랑스 프로축구 파리 생제르맹(PSG)의 나세르 알 켈라이피 회장으로부터 '찰스 3'이 적힌 유니폼을 선물로 받기도 했다.
오후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2014년 마지막 프랑스 방문 때 들른 것을 계기로 여왕의 이름을 딴 시테섬 꽃 시장을 찾았고, 이어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 현장으로 이동해 2019년 화재 당시 진압 작업에 나선 소방관들을 만났다.
이날 공식 일정은 국립 자연사 박물관에서 마무리됐다.
이 자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영어로 기후·생물 다양성 보호를 위해 힘써 온 찰스 3세에게 경의를 표한 뒤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빈곤은 서로 연결돼 있으며,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양국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파리에서의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 찰스 3세 부부는 22일 보르도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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