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업체 '불결한 주방' 공개되자 도시락 싸는 학부모 늘어…"직장도 그만 둬"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학교 급식 외주 전환에 불안감을 느낀 중국의 학부모들이 손수 만든 도시락을 자녀들에게 배달하고 있다고 매일경제신문이 2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광둥성 선전시의 한 외국어학교 학부모 3천여 명이 매일 점심시간마다 집에서 만든 도시락을 자녀에게 갖다주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이 학교 학부모 딩 모씨는 "도시락을 싸 오는 학부모가 너무 많아 교내에서 점심을 먹을 곳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도시락을 챙기고 나선 것은 지난 19일 학부모 위원회가 급식을 제공하는 외주 업체를 방문해 음식 제조 과정을 기습 점검한 영상이 공개되면서다.
이 영상에는 해동하기 위해 물통에 담긴 냉동 닭 다리와 이끼가 끼어 미끄러운 바닥, 곰팡이가 낀 조리 기구 등 불결한 주방 내부가 고스란히 담겼다.
현장을 점검한 학부모들은 "상당수 식재료가 냉동식품이었고, 빵은 이미 조리된 반가공품이었다"며 "식품 안전 등 모든 면에서 열악했다"고 전했다.
당국은 이 업체에 대한 조사에 나섰고 학교 측은 학부모 위원회와 급식 외주 업체를 다시 선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학교 급식 외주화에 대한 우려는 비단 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실제 이번 학기 들어 많은 학교가 인건비 등 비용 절감을 위해 급식 외주화에 나선 가운데 소셜미디어(SNS)에는 우려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누리꾼들은 "신선 재료를 즉석에서 조리하는 구내식당과 달리 외주 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저질 식재료를 사용할 수 있고 위생상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장시성 간저우시 룽장구의 여러 초·중·고등학교들이 이달 초 개학 첫날에 외주 업체의 배달이 지연돼 수백명의 학생들이 점심을 먹지 못했고, 점심을 먹은 일부 학생은 배탈이 나기도 했다.
룽장구는 관할 지역 유치원에 대한 외주 업체 도시락 배송을 중단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점심시간에 맞춰 자녀에게 도시락을 갖다주는 학부모들의 느는 가운데 학교 측이 교내 진입을 통제하자 교문 앞에서 쪼그려 앉거나 서서 학부모가 건넨 도시락을 먹는 학생들의 모습을 찍은 다양한 영상들이 SNS에 돌고 있다.
장쑤성 우시의 한 학부모는 "아이에게 도시락을 싸다 주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광둥성 비구이위안 실험학교 천첸린 교장은 "외주 업체의 밀키트를 학교 급식으로 삼는 것을 반대한다"며 "가공된 음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1세기 교육 연구원 슝빙치 원장도 "음식은 미성년자들의 신체 발달이나 건강과 직결된다"며 "영양을 보장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고 미리 조리된 외주업체의 가공식을 급식으로 전환한다면 학부모들의 반대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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