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T 5대 핵보유국 이후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도 핵개발 나서
이란과 북한, 비확산체제 위협국…사우디 가세할 우려 고조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안보상 이유와 중동 내 힘의 균형을 위해 그들이 갖는다면 우리도 가져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38) 왕세자가 20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한마디로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되면 사우디도 핵무기를 갖겠다는 말이다.
이는 핵무기가 갖고 있는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 어느 나라도 공멸을 각오하지 않는 한 핵무기로 공격하기 어려운 속성을 말한다. 상호확증파괴(MAD)라고도 말한다.
공멸의 두려움을 예방하기 위해 핵무기 보유국 사이에서는 핵억지(nuclear deterrence) 개념이 등장했다.
1945년 세계 최초로 핵실험에 성공하고 핵무기를 투하한 미국의 핵독점은 소련이 1949년 핵실험에 성공하면서 깨졌다. 그리고 영국(1952년)과 프랑스(1960년), 그리고 중국(1964년)이 잇따라 핵실험에 성공하면서 이른바 핵과점 시대가 열렸고, 5개국은 이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통해 더이상 핵무기 보유국의 확산을 봉쇄했다.
하지만 핵심적대국의 핵무기 보유는 인접국의 불안을 극대화시켰고, 이는 NPT체제의 존속에도 불구하고 후발 핵보유국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바로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오늘날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분류된다.
인도의 핵무기 개발은 남아시아 지역패권을 놓고 경쟁한 중국의 핵실험 성공에 자극받은 것이었고, 인도의 핵개발 성공에 전통적 적대국인 파키스탄도 자극받아 곧바로 핵실험에 성공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스라엘의 핵개발은 이슬람 세력권이 중동에서 생존을 위해 택한 최후의 수단 성격이 강했다. 이 세 나라의 핵보유국화를 학계에서는 2차 핵시대의 도래로 부른다.
미국을 축으로 한 국제사회는 이후 비확산체제를 강화해 비밀리에 핵 프로그램을 추구한 것으로 의심받는 여러나라의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켰다.
대표적으로 1990년대 자발적으로 핵 프로그램을 폐기한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2000년대초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하면서 핵 프로그램을 폐기한 리비아가 있다.
이에 앞서 1970년대 시도됐던 다른 후발국가들의 비밀 핵 개발 도전은 대부분 미국에 의해 좌절됐다.
현재 국제비확산 체제에서 가장 골치아픈 두 나라가 바로 북한과 이란이다. 북한은 이미 6차례나 핵실험을 강행했고, 핵 무력을 공개적으로 과시하면서 새로운 '사실상 핵보유국' 행세를 하려 하고 있다.
물론 미국은 인도와 파키스탄과 이스라엘과 달리 북한에 대해서는 '사실상 핵보유국' 용인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비핵화 협상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북한과 다른 관점에서 우려되는 나라가 바로 이란이다. 2002년 이란의 반정부 단체에 의해 이란 내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 등 국제원자력기구(IAEA) 미신고 시설이 폭로된 이후 국제사회는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진력해왔다.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 결의와 미국의 강력한 압박 속에서도 이란은 핵 개발에 중단하지 않았고, 2015년 7월에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P5+1)과 이란이 핵 프로그램 동결·축소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맞바꾸는 협정을 맺기도 했으나 2018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재가동하는 상황이다.
중동의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이런 움직임이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고, 빈살만 왕세자의 이날 발언은 이런 불안한 상황을 표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는 향후 2차 핵 시대의 향방을 좌우하는 중대 이슈로 자리 잡았다. 적대국의 핵 무력 보유는 필연적으로 인접국을 자극할 것이고, 이는 자칫 '핵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국제정치학계에서는 신흥 핵보유국의 등장에 따른 국제 핵질서(International nuclear order)의 낙관론자와 비관론자 사이의 논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lw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