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위성사진 분석…핵무기 현대화 넘어 신규투자
"군비경쟁 격화 촉진"…지구촌 이미 '핵전쟁' 우려중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중국, 러시아가 글로벌 안보 불안 속에 자국 내 핵실험장을 증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긴장과 맞물려 세계가 더 위험해지는 추세를 보여주는 정황이라는 관측이 뒤따른다.
미국 CNN 방송은 22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핵실험장에 대한 위성사진 분석 결과와 전문가들의 해석을 보도했다.
분석 대상은 미국 네바다 사막에 있는 네바다 국가안보부지(NNSS), 중국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에 있는 놉누르 실험장, 북극해에 있는 러시아의 노바야 제믈라 실험장이었다.
이들 실험장을 3∼5년 전 위성사진과 비교한 결과 새로운 땅굴, 도로, 저장시설, 출입하는 차량의 통행량 급증 등이 드러났다.
이 같은 변화는 미래의 핵무기 실험 가능성을 암시하는 정황으로 읽혔다. 다만, 그 실험이 임박했다는 증거는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교수는 "러시아, 중국,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서가 정말 많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정보분석관을 지낸 세드릭 레이턴 예비역 공군 대령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레이턴 대령은 "러시아, 중국,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를 현대화하는 것뿐 아니라 실험이 필요한 종류의 활동을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 돈을 투자했다는 점이 아주 분명하다"고 말했다.
유엔 총회는 1996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결의를 통해 형태, 규모, 장소를 불문하고 모든 핵실험을 금지했다.
미국과 중국은 CTBT에 서명했으나 의회의 동의를 얻어 비준까지 마무리하지는 않았다.
러시아는 이 조약을 비준까지 했으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과의 갈등 속에 기존 질서를 무시할 가능성을 수시로 시사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글로벌 전략적 균형이 파괴될 수 있다는 위험한 환상을 품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이 먼저 결행한다면 러시아도 핵실험을 명령할 것이라고 올해 2월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전방위 갈등, 우크라이나전에 따른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 고조 속에 핵시설이 증축된다는 점을 크게 우려했다.
루이스 교수는 "핵실험의 위협은 그 때문에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의 군비경쟁 격화가 얼마나 촉진될지에 달렸다"며 "그런 행위의 대가는 결국 우리가 많은 돈을 쓰면서도 더 안전해지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러시아가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핵전쟁에 대한 우려가 눈에 띄게 확산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단시간에 점령한다는 목표에 실패한 뒤 서방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으로 수세에 몰릴 때면 핵 위협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 핵과학자회(BAS)가 올해 1월 발표한 '지구 종말 시계'(Doomsday Clock)의 초침은 멸망을 의미하는 자정에 90초 앞으로 다가섰다.
이는 지구 종말 시계의 1947년 도입 이후 가장 위태로운 위치로 BAS는 2020년 이후 초침을 자정 100초 전으로 유지해왔다.
BAS는 "분쟁이 통제 불능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러시아의 사실상 핵무기 위협 때문에 우발적이거나 의도적이거나 착오에 따른 것이거나 관계없이 분쟁 격화는 끔찍한 위험이라는 점을 세계가 다시 깨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군사적, 평화적 목적 모두 핵실험을 금지하는 조약을 비준할 것을 지난달 주요국들에 재차 주문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올해 우리는 글로벌 불신과 분열의 경악할 증가에 직면했다"며 "1만3천기에 가까운 핵무기가 전 세계에 비축된 시점에 국가들은 핵무기 정확도를 높이려고 노력하는데 이는 곧 파멸의 비결"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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