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아공 거리에 티셔츠 물결…"덥수룩한 수염에 성스러운 표정"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34세 간부가 아프리카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지난달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추락사 이후 후계 구도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드미트리 시타이라는 남성이 프리고진에 이어 바그너 그룹의 아프리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바그너 그룹의 아프리카 사업에서 핵심 국가인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수도 방기의 거리에 시타이를 묘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티셔츠를 볼 수 있다.
이 티셔츠에 그려진 남성은 덥수룩한 수염에 마치 성스러운 표정이고 쿠바 혁명의 상징인 체 게바라를 떠올리게 한다고 WSJ이 전했다.
34세인 시타이는 아프리카에서 금, 목재, 다이아몬드 등과 관련한 수십억 달러의 사업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바가의 고급 빌라에서 거주하면서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의 정치인들과 친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요타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를 타고 고급 식당을 찾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고위 관리들을 만나고 정기적으로 카메룬, 차드 등 주변 국가들을 방문한다고 WSJ이 전했다.
시타이는 과거 프랑스 파리의 경영대학원을 다녔고 러시아어, 영어, 스페인어, 불어 등에 능통하다고 밝힌 적 있다.
파리에서 유학하기 전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국제무역을 공부했다.
유럽의 전·현지 관리들에 따르면 프리고진이 숨지고 나서 몇주 후 포스탱 아르샹제 투아데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에 시타이를 비롯한 바그너 그룹이 자국에 계속 머물기를 원한다는 뜻을 전했다.
바그너 그룹이 없을 경우 반군과 맞서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노력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타이는 이달 초 러시아 언론 프라브다와 인터뷰에서 프리고진의 사망과 관련해 "우리는 계속 작업하고 낙담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며 아프리카에서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시타이를 아프리카 내 바그너 그룹 활동과 관련해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바그너 그룹은 2017년 투아데리 대통령의 초청으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치안 활동을 시작한 뒤 아프리카 대륙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2018년에는 수단의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신속지원군(RSF) 사령관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고 이듬해인 2019년에는 이슬람 반군과 싸우는 모잠비크에도 진출했다.
바그너 그룹은 2021년에는 말리에 병력을 파견하는 협정을 말리 군부와 체결했다.
시타이는 과거 "그(프리고진)와 함께 우리는 성과를 낼 것"이라는 내용의 동영상을 공개하는 등 서방의 제재에도 바그너 그룹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시타이는 프리고진이 사망하기 직전 중앙아프공화국을 방문했을 때 수행하기도 했다고 WSJ이 소개했다.
아프리카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바흐무트 점령에 커다란 역할을 한 바그너 그룹의 미래는 프리고진의 사망 이후 불투명한 상황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하순 바그너 그룹 병사들에게 국가에 대한 충성 맹세를 의무화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반란을 일으킨 바그너 그룹을 둘러싼 러시아 정부의 통제권이 강화하고 일각에서는 바그너 그룹이 지도부 와해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noj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