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이주민에 대한 포용과 공존 메시지 전할 듯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22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유를 이틀 일정으로 방문한다.
교황의 즉위 이후 44번째 해외 사도 방문으로, 교황청 500년 역사상 마르세유를 교황이 찾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의 이번 마르세유 방문은 몇 달 전부터 계획된 일정이지만 유럽의 이주민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과 시기적으로 맞물려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교황은 이날 오후 마르세유에 도착해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대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한다.
교황은 이어 유럽 땅을 밟으려다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이주민들을 기리기 위해 대성당 밖에 세워진 추모비 앞에서 묵상의 시간을 갖는다.
이튿날인 23일 벨로드롬 경기장에서 대규모 미사를 집전하고, 이후 지중해 주교단 회의에서 연설한다.
마르세유는 유럽행 이주민들의 주요 관문으로, 2019년 기준 전체 인구(86만2천명)의 약 14.5%(12만4천명)가 이주민이다.
이 가운데 알제리가 약 3만명으로 가장 많고, 튀르키예, 모로코, 튀니지, 기타 아프리카의 옛 프랑스 식민지 출신들이 마르세유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은 오랜 이주 역사를 간직한 마르세유에서 유럽 각국에 이주민 위기에 대한 포용과 공존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교황은 즉위 이후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찾아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다다른 이주민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즉위 직후인 2013년 7월 8일 바티칸 외부 첫 공식 방문지로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을 찾아 목숨을 걸고 이곳에 도착한 아프리카 이주민들을 만났다.
당시 교황은 '무관심의 세계화'를 규탄하며 "주님께서는 가장 가난한 이들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보고 우리를 심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람페두사섬은 북아프리카에서 출발한 이주민 보트가 끝없이 상륙해 유럽 이주민 문제의 최전선으로 부상했다.
이탈리아 내무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이탈리아에 도착한 이주민은 약 13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에 달했다.
이탈리아와 이웃 나라인 프랑스는 물론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날로 심각해지는 불법 이주민 문제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프랑스는 람페두사섬에 도착한 이주민들이 국경을 넘어올 조짐을 보이자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반이민 성향의 프랑스 우파 정치인들은 이처럼 민감한 시기에 이뤄진 교황의 마르세유 방문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 지도부의 질 페넬은 로이터 통신에 "교황이 마치 정치인이나 비정부기구(NGO)의 수장처럼 행동한다"며 "이주민 문제는 엄청난 정치적 사안이며, 이주민을 환영할지 여부는 정치인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AP 통신은 유럽에서 반(反)이민 정서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교황이 다민족과 다종교의 도시 마르세유를 방문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방문 기간, 교황을 두 차례 만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3일 교황이 주례하는 미사에도 참석할 예정인데, 이는 프랑스 내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정교분리 원칙 위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