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넘다 3살 익사 인명피해도 …멕시코 내 난민 신청 역시 급증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던 미국행 중남미 이민자들이 다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덩달아 멕시코에서 거주 인정을 받으려는 이들의 숫자도 크게 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멕시코 난민지원위원회(COMAR·코마르)와 미국 국경순찰대에서 공개한 자료를 종합하면 8월 한 달 멕시코 난민 신청자 수는 1만1천89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715명)보다 10% 넘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1∼8월까지 확장하면 9만9천881명이 난민 신청을 했는데, 이는 작년 1년간 전체 신청자 수(11만8천570명)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 추세라면 올해 난민 신청자는 최근 10년 새 가장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2013년 이래로 최다 신청자를 기록한 해는 2021년(12만9천768명)이었다.
난민 신청은 주로 과테말라 접경 남부에서 많이 들어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달 기준 치아파스주 타파출라(5만3천698명)와 팔렌케(7천405명)에서만 신청건수가 전체의 60%를 넘었다.
멕시코 이민당국은 중남미 이민자 유입이 미국으로 향하는 경로의 여러 지점에서 정부의 수용 한계를 압도할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최근 멕시코 이민청과 난민 임시 거주지 곳곳에서는 '더 나은 임시 거주 환경'을 요구하거나 '더 신속한 서류 처리'를 요구하는 집단적 행동이 자주 보고되고 있다.
이날 오전 출근 시간대에 멕시코시티 한 중심 도로에서 이민자들이 보호시설 환경 개선을 촉구하며 도로 점거 시위를 벌였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남부에서 이주민 수천 명이 코마르에 한꺼번에 들어가려다 대형 압사 사고가 발생할 뻔했다.
멕시코를 종단해 미국 국경을 불법으로 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미 국경순찰대 예비 자료에 따르면 불법 이민자 적발 숫자는 불법 입국자 즉시 추방 정책(42호 정책) 종료 직후인 6월(9만9천500여명)과 비교해 7월(13만2천여명)과 8월(17만7천여명)에 급한 증가세로 돌아섰다.
주요 월경 포인트 중 하나인 멕시코 피에드라스네그라스 인근 미국 텍사스 이글패스에는 최근 하루에만 9천명 가까이 리오브라보(미국명 리오그란데강)를 넘어왔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이번 주에는 3세 소년을 포함한 2명이 익사한 채 발견되는 등 인명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이민자를 상대로 한 강경 정책을 펼치는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국경을 불법적으로 넘나드는 이들의 급증으로, 우리 지역이 임박한 재난 위협에 놓여 있다"며, 2021년 5월 31일 국경 지대에 내린 재난 선포를 전날 갱신했다. 두 나라를 잇는 교량 중 한 곳은 일시 폐쇄하기도 했다.
샌디에이고와 엘패소 등 다른 국경 도시에도 이민자가 몰리는 추세라고 AP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주멕시코 미국 대사관은 멕시코 유명 코미디 캐릭터가 등장하는 불법 이민 억제 홍보 동영상을 전날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키코'라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카를로스 비야그란은 해당 영상에서 불법 이주민을 이동시키는 데 쓰이는 트레일러를 가지고 놀다가 "코요테(불법 이민 브로커를 뜻함)가 모두를 망가뜨린다. 코요테 저리 썩 가버려"라고 외치고 있다. '코요테'는 이민자를 상대로 한 인신매매·갈취 범죄와도 직결돼 있다.
이를 두고 현지에서는 '메시지 전달 방식이 너무 이상하다'는 식의 부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일간지 엑셀시오르와 엘우니베르살은 보도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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