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한 관계 중시 한국 정책·행동에 반영하길" 한미일 밀착 불만 표출?
면담 앞서 한총리 등 주요 외국인사 오찬서는 "냉전적 사고·진영대결 배격"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3일 중국 항저우에서 진행된 한덕수 국무총리와 면담에서 한 발언을 놓고 최근의 한미일 '밀착'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오후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중국어 630자 분량의 면담 결과 발표문에서 시 주석 발언은 한중 관계에 대한 일반론과 한국에 촉구하는 내용 등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시 주석은 우선 양국 관계에 대해 "이사 갈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며 "안정적이고 실질적인 중한 관계는 양국과 양국 인민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중국이 한중 관계를 표현할 때 일반적으로 언급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그다음 발언에 시 주석이 '전달하려는 바'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한국이 중국과 함께 중한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것을 정책과 행동에 반영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우호 협력의 큰 방향을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일본과 안보·경제 측면에서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한국 정부가 대(對) 중국 견제 수위를 높이는 미국의 움직임에 동조해선 안 된다며 견제구를 던진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또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 등 이른바 중국이 '핵심 이익'이라고 강조해 온 이슈들에 대해서도 한국이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으로도 읽힐 수 있다.
시 주석은 특히 양국간 밀접한 경제 관계를 애써 강조했다.
그는 "중한 경제는 밀접하고 산업망과 공급망이 깊이 융합돼 양국이 상호 이익 협력을 심화해야 계속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14억명 이상의 인구가 현대화에 진입했다. 거대한 시장을 더 개방할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첨단 기술 견제에 동참해서는 안 된다거나, 한중 관계가 어그러질 경우 '14억 시장' 접근이 어려울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앞서 시 주석은 면담에 앞서 한 총리를 비롯해 노로돔 시하모니 캄보디아 국왕,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등 인사들을 초청해 환영 오찬을 주재하면서도 "이웃과 호혜상생을 견지하며 냉전적 사고와 진영 대결을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미일 대 북중러(북한·중국·러시아)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언급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날 중국 발표문에는 한국이 브리핑에서 중요하게 언급한 시 주석의 방한 문제와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면담의 방점이 무엇이었느냐를 놓고 양측의 '셈법'이 달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국에서 열린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막식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외국 정상급 인사 앞에서 시 주석이 '뼈있는 말'을 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덕수 총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중국을 방문한 최고위급 인사"라며 "일반적인 외교 관례로 보면 이날 발언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드는데, 중국이 그동안 한국에 하고 싶었던 말을 '완곡하게' 쏟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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