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트슈툴 지역의료센터, 14명 수용…"美국방부 정책 따른 것"
미 정가 "치료 확대해야" 목소리…일각선 러 확전 가능성 지적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독일에 위치한 미군 병원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군인들을 조용히 수용해 치료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직은 자원해서 전장에 뛰어든 일부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도이지만, 미국이 갈수록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는 정도가 심화하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NYT는 짚었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 서부 라인란트팔츠주(州)에 위치한 미 육군 란트슈툴 지역의료센터에는 우크라이나에서 다친 병사 14명이 입원 중인다.
이들 중 다수는 우크라이나군과 민병대에 자원입대한 미국인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우크라이나 출신도 섞여 있다.
미 국방부는 "작년 여름 시작된 국방부 정책에 따라 란트슈툴 의료센터 측은 부상을 입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최대 18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란트슈툴 의료센터는 병상 65개를 갖춘 2급 외상센터로, 미국 밖에 위치한 미군 병원 중 가장 큰 규모다. 앞서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다친 수천명의 미군 장병이 이곳을 거쳐 갔다.
병원 측은 부상자가 모두 양호한 상태라면서도 환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밝히기를 거부했다.
2022년 2월 전쟁이 발발한 이후 미국인 수백명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뛰어들었으며, 19개월이 지난 현재 여전히 100명 이상이 참전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설명했다.
NYT는 "바이든 행정부는 개전 때만 해도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주둔시키지 않겠다며 미국인들에게도 개입하지 말 것을 경고했지만, 현재는 '거리를 두라'고 했던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란트슈툴 병원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대부분이 미국인이라는 사실은 전쟁이 어떻게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흘러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익명의 한 국방부 관리는 "정부는 미국 시민이 전투에 참여하러 우크라이나에 가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가 현장에 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만일 이들이 다친 상태로 란트슈툴에 온다면 군이 이들을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달 들어 팔과 다리에 박힌 파편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한 미 공군 참천용사 출신의 한 남성은 "이 곳에 있을 수 있어 행운"이라며 "우크라이나인들은 최선을 다 하고 있지만, 부상자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곳에 옮겨진 미국인 전투병력의 상당수는 부상을 입은지 수 주 넘도록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전선에서 후송돼온 경우가 상당수다.
미 육군 특수부대 출신인 제이슨 크로 미 하원의원은 "란트슈툴은 탁월한 역량을 갖춘 군 의료시설"이라며 "한번에 18명만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 제한적이며, 미군이 더 많은 일을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란트슈툴 의료센터 대변인인 마시 산체스는 "지시에 따라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그리고 다른 동맹국들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NYT는 "이런 상황에 위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러시아는 미국의 군사력 개입이 늘어날 경우 보다 광범위한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해온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창의적인 러시아 선전가가 아니더라도, 미군 무기를 들고 미 육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미군 자원입대자들을 사실상 지상에 투입된 미군 장병으로 묘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윌리엄 테일러 전 주우크라이나 미국대사는 지난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로켓포와 탱크, 파일럿 훈련 등을 제공하면서 수차례 '레드라인'을 넘었음에도 러시아가 갈등 고조로 대응하지 않았다면서 이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테일러 전 대사는 "큰 그림에서 우크라이나가 승전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이를 위해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