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책임 소재 밝혀야" 요구…캐나다-인도 사이서 연일 진땀
NYT "미, 캐나다에 암살 관련 첩보 전달"…'외교의 덫' 우려도 제기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캐나다와 인도 간의 외교 마찰을 불러온 시크교도 암살 사건에 대해 국가를 초월한 탄압이라며 인도에 책임소재를 밝히기 위한 조사에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23일(현지시간) AFP·블룸버그 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의 보도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전날 뉴욕에서 유엔총회에 참석 중 기자들에게 시크교도 암살 사건에 대해 "초국가적 탄압으로 보이는 어떤 사례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매우,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책임소재를 확인하고 싶다"며 "수사가 (순리대로) 진행돼 결과가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인도 친구들이 그 조사에 협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행위를 할 것으로 여겨지는 어떤 나라도 (실제) 행동에 옮기지 않는 국제적 시스템이 보다 넓은 의미에서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백악관이 지난 21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캐나다 지지를 표명한 적은 있지만 미 외교 수장인 블링컨 장관이 이같이 인도를 상대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암살 사건과 관련해 캐나다·인도 양국 모두와 접촉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캐나다와는 "단순한 상담이나 조정뿐만이 아니라 매우 긴밀하게 상의해왔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이번 사건에 대해 캐나다와 어떤 논의를 하고 있는지나 미국의 관여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거절했다.
그는 또한 캐나다와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로 구성된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회원국이 캐나다 주재 인도 외교관들의 자세한 대화 내용을 포함한 사건 관련 정보를 파악해 캐나다에 제공했다는 캐나다 CBC 방송의 보도에 대해서도 언급을 피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캐나다에 시크교도 암살과 관련한 첩보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 정보기관이 캐나다 정부에 암살사건 관련 정황을 전달했으며 이는 캐나다가 사건의 배후를 인도라고 결론 내리는 데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다만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된 인도 외교관 통신 내용은 캐나다 관리들이 도청한 것이라고 NYT는 덧붙였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18일 하원 연설에서 올해 6월 캐나다 국적의 시크교도 분리주의 운동단체 지도자 하디프 싱 니자르가 밴쿠버 외곽에서 피격 사망한 사건의 배후로 인도 정부를 지목하고 캐나다 주재 정보담당 인도 외교관을 추방했다.
암살된 니자르는 인도 북부 펀자브 지역을 인도에서 분리해 시크교 국가 '칼리스탄'을 세워야 한다는 분리주의 운동단체의 유명한 회원이었다. 인도 정부는 2020년 니자르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
인도 정부는 니자르 암살에 관여한 바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하며 캐나다 외교관 맞추방과 캐나다인 비자 발급 중단으로 맞서고 있다. 갈등이 커지면서 양국은 지난해 10년 만에 재개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중단했다.
미국은 대(對)중국 견제의 핵심 국가인 인도와, 전통적 우방국인 캐나다 사이에 촉발된 외교 갈등으로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
이와 관련, NYT는 미국 정보기관의 개입 사실이 밝혀지면 인도를 더 긴밀한 파트너로 끌어들이려 구애하고 있는 미국이 캐나다와 인도 양국의 외교전이라는 덫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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