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국제기구 고위급 인사 8명 연쇄 양자 회담
회담 뒤 시리아·동티모르와 외교관계 격상하기도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제19회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을 위해 자국을 찾은 아시아 고위급 인사들과 연쇄 양자 회담을 이어가며 '안방 외교'에 박차를 가했다.
24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시 주석은 22∼23일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항저우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 국가·국제기구 고위급 8명과 양자 회담을 했다.
하루에 네 차례씩 양자 회담을 이어가며 상호지지를 확고히 하고 우호 협력을 추진하자며 서방의 대중(對中) 포위전략을 뚫기 위한 우군 만들기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시 주석은 지난 22일 반정부 시위대를 가혹하게 탄압해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된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가장 먼저 만났다.
두 정상은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에도 시 주석의 핵심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공동 건설과 경제발전 교류, 경제·기술 합작 등 여러 협력 문건에 서명했다.
이어 미샬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 쿠웨이트 왕세자를 만나 덕담을 주고받았고, 바흐 IOC 위원장과 라자 란디르 싱 아시아올림픽위원회 의장 대행을 만난 자리에서는 두 차례의 올림픽 이어 아시안게임까지 개최하게 됐음을 강조하며 스포츠를 통한 인류 공동체 건설을 역설했다.
아시안게임 개회식이 열린 23일 오전에는 노로돔 시하모니 캄보디아 국왕과 샤나나 구스마웅 동티모르 총리를 만나 양국 간 협력 강화와 고위급 교류 확대 등과 관련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날 오후에도 한덕수 총리와 푸스퍼 커멀 다할 네팔 총리와 잇따라 양자 회담을 하며 교류·협력을 확대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시 주석은 다만 한 총리에게는 "한국이 중국과 함께 중한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것을 정책과 행동에 반영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우호 협력의 큰 방향을 유지하기를 바란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한국이 미국, 일본과 함께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자 대(對)중국 견제 수위를 높이는 미국의 움직임에 동조해선 안 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23일 각국 인사들을 초청해 환영 오찬을 주재한 자리에서도 "우리는 스포츠로 평화를 촉진하고 이웃과 호혜 상생을 견지하며 냉전적 사고와 진영 대결을 배격해 아시아를 세계 평화의 안정적인 닻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냉전적 사고와 진영 대결은 중국이 미국 등 서방을 비판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시 주석은 특히 이틀간 연쇄 회담을 진행하면서 시리아, 동티모르와는 각각 전략적 동반자 관계와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외교 관계를 격상하기도 했다.
각각 중동과 남태평양에서 미국에 맞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 그 동맹으로 대표되는 외부 세력이 극단적인 대결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며 "그들은 중동, 북아프리카,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에서처럼 아시아에 엄청난 위기를 초래하고 지역 안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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