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말까지 '생숙' 이행강제금 부과 유예…준주택 인정 불가(종합)

입력 2023-09-25 11:58   수정 2023-09-25 14:50

내년말까지 '생숙' 이행강제금 부과 유예…준주택 인정 불가(종합)
오피스텔 용도변경 특례는 다음달 14일 종료
정부 "생숙은 주거용 아닌 숙박시설" 원칙 재확인
부동산 규제 회피 투자처 각광받다 '애물단지'로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정부가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생활형숙박시설(생숙)에 대한 이행강제금 처분을 내년 말까지 1년 2개월 더 유예한다.
생숙을 숙박시설로 이용하려는 소유자들이 숙박업 신고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실거주 임차인의 잔여 임대 기간 등을 고려한 조치다.
정부는 이행강제금 처분을 미루는 것일 뿐, 생숙을 주거용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오피스텔 전환 못했다면 숙박시설로 이용해야
국토교통부는 2024년 말까지 생숙의 숙박업 신고 계도 기간을 부여하고, 이행강제금 처분을 유예하겠다고 25일 밝혔다.
생숙을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할 때 한시 적용되던 특례는 올해 10월 14일부로 종료된다.
다음 달 14일까지 오피스텔 전환을 마치지 못했다면 숙박 용도로 활용해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이행강제금은 내년 말부터 부과한다는 뜻이다.
다음 달 이후에도 건축법에 따른 용도 변경이 가능하지만, 특례 적용 없이는 오피스텔 전환이 어렵다.
국토부는 이행강제금 유예에 대해 주차장, 학교 과밀 등 인근 주민의 민원과 생숙을 숙박 시설로 정상 사용 중인 준법 소유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오피스텔 용도 변경 특례를 부여했던 것은 코로나 탓에 정상적인 숙박업 영업이 불가능했기에 퇴로를 열어줬던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 2021∼2022년 아파트 대체재로 투자수요 몰려
생숙은 호텔식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취사도 가능한 숙박 시설로, '레지던스'라고도 불린다.
당초 외국인 관광객이나 장기 출장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지만,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2020∼2021년 '부동산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아파트 대체재'로 주목받으며 투자 수요가 몰렸다.
청약 통장이 없어도 분양받을 수 있고, 당첨 즉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며,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생숙 사용 승인은 2015년 3천483실에서 2017년 9천730실로 거의 3배로 늘었다. 2021년 사용 승인은 1만8천799실로, 6년 만에 5.4배로 증가하며 모두 9만6천실이 됐다.

투기 수요가 몰리자 놀란 정부는 2021년 5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숙을 숙박업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주거용으로 사용하려면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하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건축법 위반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준공 후 사용 중인 생숙에도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에 소유주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정부는 생숙의 오피스텔 전환을 위해 건축 기준을 일부 완화하고, 이행강제금 부과를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당초 정한 유예 기간이 끝나는 시점이 다음 달 14일이었다.



◇ 2년간 오피스텔 용도변경 생숙 2천호…전체의 2%
정부가 2년의 유예기간을 줬지만, 오피스텔 건축 기준이 생숙보다 높은 탓에 실제 용도 변경을 한 가구는 많지 않다.
그간 오피스텔로 변경한 생숙은 1천996호로, 기존 생숙의 2.1% 수준에 불과하다.
생숙 소유자들은 건물을 헐고 다시 짓지 않는 한 주차 시설부터 소방시설, 복도 폭, 바닥 두께까지 오피스텔 기준에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고 반발해왔다.
오피스텔 주차 기준은 가구당 1대, 생숙은 시설면적 200㎡당 1대다. 복도 폭도 오피스텔은 1.8m 이상, 생숙은 1.5m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생숙을 건축법상 준주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지만, 정부는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주택·주거용 오피스텔에 비해 주차장·학교 등 생활 인프라 기준 및 건축 기준이 완화돼 있고, 주거지역에는 지을 수 없게 돼 있어 주거용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주거용으로 인정받게 되면 인근 주민들로부터 제기되는 과밀 학급·주차난 민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생숙은 건축법상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용지분담금, 교통유발부담금 등 주택이 부담해야 할 의무에서도 제외돼 있다.
주차 면이 적다 보니 생숙 거주자들이 주변에 불법 주차를 하게 돼 인근 거주민과 갈등도 컸다.
이정희 국토부 건축정책관은 "오피스텔 용도변경 특례를 2년간 주다 보니 (소유자들을 중심으로) 주택으로 변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가 컸다"며 "정부의 이번 발표는 생숙을 앞으로도 계속 숙박시설로 관리하겠다는, 기대 심리에 대한 대응 입장"이라고 밝혔다.



◇ 레지던스연합회 "소극행정으로 용도 변경 못했다"
국토부는 생숙이 본래의 숙박 용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계도 기간 동안 관련 부처와 함께 시설, 분양 기준, 허가 절차 등 생숙 제도의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숙박업 미신고 소유자를 대상으로 사용 실태도 점검하기로 했다.
2021년 관련 규정 개정 이후 건축 허가, 분양, 사용 승인을 받은 신규 생숙에 대해서는 의무 이행 여부를 철저히 점검·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생숙 소유자들의 모임인 전국레지던스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2년간 주거 사용을 위한 용도 변경을 추진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각종 규제와 관계 부서의 협의 부족, 국토부의 소극 행정으로 대부분의 생활숙박시설이 용도 변경을 완성하지 못했는데도 국토부가 행정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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