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회의서 여야 간 '가짜뉴스 심의' 놓고 언쟁…일부 퇴장도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5일 전체 회의를 열어 뉴스타파의 김만배씨 녹취록을 인용해 보도한 KBS·JTBC·YTN에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지상파 등 주요 방송사에 대해 무더기로 최고 중징계인 '과징금 부과'가 결정된 것은 방심위 출범 이래 최초다.
해당 방송사들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뉴스타파가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간 왜곡된 녹취록을 근거로 '김만배씨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했다'고 보도한 것을 충분한 검증 없이 그대로 보도했다는 이유로 심의 대상에 올랐다.
이날 회의에는 방심위원 7명이 모두 참석했다. 그러나 뉴스타파 인용 보도 관련 의결에는 야권 추천인 옥시찬·김유진 위원이 퇴장한 후 남은 윤성옥 위원과 여권 추천인 류희림 위원장, 황성욱 상임위원, 김우석·허연회 위원 5명만 참여했다.
해당 인용 보도가 문제없다고 본 윤 위원을 제외하고 여권 위원들은 모두 과징금 부과 의견을 냈다. 과징금 액수는 추후 결정될 예정으로, 방심위 규정상 최대 4천50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인터넷 언론사 글·영상까지로 심의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방심위 가짜뉴스 근절 종합대책을 둘러싸고 여야 추천 위원 간 언쟁도 벌어졌다.
야권 위원들은 가짜뉴스를 판단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아직 없고, 대책 발표 전 위원들이 의견을 모으는 과정도 없었다고 항의했다.
윤성옥 위원은 "법적으로 방심위가 심의할 수 있는 건 불법 정보와 청소년 유해 정보뿐이라며 "인터넷 언론사에 시정을 강제할 방법이 없는데, 불복 시 대국민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진 위원은 "위원장이 취임 후 비현실적인 대책을 쏟아냈다. 인터넷 언론사 검열로 통제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며 "공개 토론회를 열어 가짜뉴스 대책의 문제점을 짚어야 한다"고 밝혔다.
옥시찬 위원은 "사후심의가 모이면 방송사 입장에서는 변용된 보도지침이 된다"며 "매카시 광풍이 불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여권 위원들은 사회적으로 파장이 있는 부분은 심의 규정상 가능한 범위에서 제재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허연회 위원은 "정연주 전 위원장도 취임사에서 '표현,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편파, 왜곡을 일삼는 행위에 대해 위원회가 주저하지 않고 책무(심의)를 다해야 한다'고 했다. 류 위원장의 말씀과 같다"고 말했다.
김우석 위원은 "총선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라도 가짜뉴스를 가능한 범위에서 심의하고, 입법기관에 가서 관련 법도 보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류 위원장은 "민간 독립기구로서 전체 실·국·팀장들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정책을 결정하고 있고 이것은 내 권한"이라고 밝혔다. 류 위원장은 뉴스타파 보도 중 녹취록이 왜곡 편집된 부분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방심위는 이날 의료정보 프로그램에서 출연 의사가 소속된 병원으로 간접 연결되는 전화번호를 자막으로 고지한 리얼TV, 인디필름, 토마토증권통, 한국경제TV[039340], HQ+에 대해서도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정부·여당의 노조 재정 운영에 대한 조사 추진 방침에 대해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잘못 보도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MBC TV '뉴스데스크', 특정 상품을 과도하게 간접 광고한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와 '신상출시 편스토랑', SBS[034120] TV '집사부일체'에 대해서는 법정 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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