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내 바이백 조건"…현지에선 AGR 등 거론
현대차 "여러가지 방안 검토" 신중한 입장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임기창 기자 =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 여파로 1년 6개월째 휴업 상태인 현대자동차 러시아 공장이 러시아 기업에 인수될 것이라고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부총리 겸 산업통상부 장관이 밝혔다.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만투로프 장관은 25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이노프롬 산업전시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대차 인수와 관련해 이미 모든 결정이 내려졌다"며 "적어도 회사 측이 직접 밝힌 바로는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수 기업은 국내(러시아)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특정 기업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만투로프 장관은 "그들은 옵션을 계획하고 있지만, 대통령령을 고려하면 (유효기간이) 2년으로 제한된다"고 덧붙였다. 만투로프 장관이 거론한 옵션은 매각 후 되살 수 있는 권리(바이백)를 의미한다.
지난해 10월 일본 자동차기업 닛산도 공장 등 러시아 내 자산을 6년 내 되살 수 있는 바이백을 조건으로 1유로에 러시아 국영 자동차개발연구소인 'NAMI'에 매각한 바 있다.
다른 일본 자동차업체인 도요타도 지난 3월 NAMI에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매각했고, 프랑스 르노는 지난해 5월 러시아 자회사 지분을 러시아 정부와 모스크바시에 넘기고 철수했다.
현대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생산 공장을 갖고 있으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한 이후인 지난해 3월 부품 공급 어려움 등을 이유로 생산을 중단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2011년 가동을 시작한 이 공장은 연간 23만대 생산 능력을 지녔지만, 생산 중단 이후 2천537명의 직원 중 2천260여명이 유휴 상태였다.
이 공장에서는 현대 소형 세단 솔라리스(엑센트), 소형 SUV 크레타, 기아 리오 등 모델을 제조했다.
유럽비즈니스협회(AEB)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러시아 시장에서 총 6대만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2천892대 판매 실적과 비교해 99.9% 급감한 수치다
러시아 현지에서는 러시아 자동차·부품 판매 회사 'AGR 오토모티브 그룹', '아프토토르', 중국 '체리' 등이 현대차에 관심을 보이며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3일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 '아브토포토크'를 통해 AGR가 현대차 러시아 생산법인 인수자로 잠정 확정됐다는 구체적인 소식이 나오기도 했다. AGR는 특별군사작전 이후 러시아를 철수한 폭스바겐 자산도 인수했다.
하지만 이러한 보도들이 나오는 가운데도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정부 정책·혁신·통상위원회 위원장인 키릴 솔로베이치크가 현대차 공장 매각 관련해 카자흐스탄과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도 매각 결정은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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